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udie May 15. 2023

스스로를 미워하는 날이 많았다.


참 많이도 미워했다.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어도 모자랄 나 스스로를 참 많이도 미워하는데 애를 쓰고 살았다. 여기저기 깎아 먹은 자존감은  도무지 돌아올 길이 없었다. 괜찮은 척해봐야 그건 언제까지고 '척'일뿐이었다. 그리고 오래 아팠고, 아픈 덕분에 나 스스로를 미워하는 일을 조금은 덜게 되었다. 살아있어서 고맙다. 최악이 아니어서 고맙다. 건강해지는 데에 애써서 고맙고, 버티기 힘든 날들을 버텨서 고맙다고. 나는 나를 아끼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먹는 약에 점점 붓는 몸에 갈수록 지치는 날들뿐이라 다시금 자존감은 낮아져 갔다. 나는 내가 참 별로라 생각했다.


내가 나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으니 누가 나를 사랑하겠느냐고 마음을 고쳐먹고 조금 더 이전보다는 조금만 더 노력해야겠다 생각하던 중에 나는 이 사람을 만났다. 이상하게도 이 사람의 시선으로 담은 나는 조금도 밉지 않았다. 정말 신기하게도 이 사람의 시선으로 담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사진에 남아도 전혀 밉지가 않다. 왜 저렇게 찍혔지 하고 보다가도 사진을 뚫고 나오는 행복에 미워 보이지가 않았다. 행복한 사람의 얼굴은 제 아무리 찡그린 얼굴이어도 밉지 않다는 걸 처음 느꼈다.


행복해졌다. 매일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늘 나를 생각해 주고, 자주 나를 보러 와주고, 조금 더 오래 나와 시간을 보내주고, 많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마주치는 내내 애정을 담아 나를 봐주고, 웬만하면 놓지 않는 손, 웬만하면 멀어지지 않는 걸음. 사랑을 쏟아내는 나를 닮아가는 거라며 멋쩍게 웃으며 건네는 그 사람의 웃음이 나를 행복케 한다. 그 행복이 내가 나를 조금 더 괜찮다 생각하게, 내가 나를 온전히 사랑하게 한다.

작가의 이전글 널 웃게 할 궁리만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