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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Jul 11. 2023

사랑이라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다시는 생에 없을 것처럼 구는.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생각을 하게 만든 사람이. 내게도 다시 생겼다. 겪었던 모든 사랑이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하고, 내가 줄 수 있는 한 모든 마음을 다 긁어다 주곤 했었다. 돌아설 땐 한치의 미련도 남지 않을 만큼, 정말 딱 그만큼. 이번에도 내가 줄 수 있는 만큼의 마음을 모두 꺼내어 주겠지. 누구든 남겨질 나를 생각하며 사랑을 하지는 않으니까.


사랑이라고 명명하는 것경험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나라는 이 어린 마음의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마음에 담아 둘 때에는 마음에 그 사람이 아닌 건 어떤 것도 들일 수가 없었다. 마음이 좁아선지는 모르겠지만, 오직 그 사람으로만 채워졌다. 그게 되지 않을 때쯤이 오고 나야만 나는 나를 돌봤다. 그리고 헤어진 후에는 긴 공백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사랑할 누군가를 찾았다. 조금 어리석지만, 사랑을 받아야만 존재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살았다. 살아있다는 것 그 자체로 존재가치가 있는 법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렇게 믿고 살았다.


시간이 지나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면서,  사랑이라는 이름의 그 긴 공백의 기간 동안 나는 그저 살면서 외롭지만 않기를 바랐다. 오랜 관계를 더는 생각지 않았다. 어쩌면 불필요한 경험이 될 것이라 단정했다. 그리고 모순 적게도 지금의 나는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 아니 사랑을 하게 되었다.


마음의 긴 공백을 채우려, 허기진 마음을 채우려. 외로운 마음을 달래려 시작한 마음이 아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정말 어쩌다보니 그가 일상에 가득해졌고, 그를 만난 후론 종일 그의 얼굴이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샌가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머릿속에, 마음속에 그 사람이 가득해졌다. 정말 말 그대로 그를 자연히 사랑하게 됐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이 사람과의 오랜 관계를 바란다. 이 사람의 가까운 미래에도, 먼 미래에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꿈꾸고 있다.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차이를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했다. 그런데 사실 그런 이야기들을 나는 잘 모르겠다. 내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좋아하는 것은 그 사람을 만나는 동안에만, 눈앞에 있는 동안, 함께하는 시간 동안에 좋은 것이고, 사랑하는 것은 곁에 없는 동안에도 내내, 내 시간에 그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사람의 하루에 내가 얼마나 존재하는 지를 보면, 마음의 정도를 알 수 있지 않나라고.


처음에는 누구든 처음이라 관심의 정도가 높고,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에 내 하루에 그 사람이 가득하고, 그 사람의 마음에 종일 내가 가득할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처음'이라는 그 시작점에서 어느 정도 멀어지면서야 진짜 마음을 알 수 있다. 명확히는 내가 그 사람이 아니고, 그 마음속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판단이 완벽하다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 짐작은 할 수 있겠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마음에는 설렘보다는 편안이 더 클 것이라 생각한다.


좋아서. 정말 너무 좋아서 설레는 것도 중요하겠지.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애써 무엇을 하지 않아도 서로를 알고, 두 사람 간의 정적마저도 포근한 것. 만나 서로를 위한 일이 아니라면, 곁에 둔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 평소 24시간 내내 붙어있는 것이 아니니, 만나 함께 하는 동안만큼은 다른 어떤 것에 마음을 주지 않고, 서로에게 집중하는 것. 각자의 일은 각자의 시간에 해결하는 것. 서로의 마음을 눈치 보지 않고 솔직히 이야기를 하고도 불안보다는, 관계에 흔들림이 없는, 걱정할만한 큰 변화가 없는, 우리로의 평안에 더 익숙해지는 것. 그게 사랑이 아닐까 한다.


나는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 이제 조금 그 시작점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위태로이 서로를 저울질하고 불안이 삼키는 그 시작점 말이다. 그저 온종일 설레고, 곁에만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곁에 머물고 있지 않음에도 이전보다 불안하지 않고, 내내 내 하루에 그 사람이 가득하고, 다른 어떤 일들 보다도 그 사람이 우선이고, 함께하는 시간엔 더없이 완벽히 집중하는 나를 보면 사랑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로의 관계를 완벽히 다졌다 하기엔 여전히 남은 불안이 왜 없겠냐만은, 그것 역시도 더 단단해질 것이란 믿음이 있으므로. 그 불안이 오히려 내가 그 사람에게 더 잘할 수 있도록, 당연하다 여기지 않도록 하는데 꼭 필요한 존재일 것이라 확신을 하고 있으므로. 이 마음이 사랑이 아니다, 틀리다 할 수는 없겠다.


조금 더 많은 우리로의 시간을 보내다 보면, 결국은 알 수 있겠지. 후에 언제쯤엔 분명 완벽히 사랑이라 할 수 있으리라 지금은 확신한다. 시간이란 놈이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그리고 나는, 나를 위태롭게 할, 우리를 위태롭게 할, 그런 것들에 대한 생각을 더는 않고, 그저 마음을 다해 사랑을 할 거라고. 후회가 남지 않도록. 남겨질 나를 생각지 않고, 불안에 삼켜지지 않고, 그저 최선을 다해 사랑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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