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 보이기엔 아직 우리로의 관계에 확실한 안정이 없다고 생각했나 보다. 은연중에 내가 말이다. 언제부터였을까. 진짜 나의 모습을 거칠 것 없이 숨김이 없이 완전히 보이게 된 것이. 어린아이처럼 아무런 가시 없이 그에게 나를 보이게 된 것이. 나도 몰랐던 나를 만나게 된 순간들이.
헤어질 수도 있다. 그 전제를 나도 항상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손이 원래 놓기가 더 쉬운 법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다치기 전에 그를 좀 더 깊이 사랑하기 전에, 해서는 안될 그 말을 쉼 없이 뱉던 때가 있었다. 고작 불안이 만든 허상에 이렇게나 귀한 사람인줄도, 다신 없을 귀한 감정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그를, 아이 같은 모습으로 완전히 방생된 나를 바보같이 놓칠 뻔했다.
그리고 내가 했던 고민과 아마도 내 생각이지만, 결이 비슷한 고민이 있는 친구에게 말했다.
그건 아직 마음이 안 편해서 그래. 나를 다 보이기엔. 헤어질 수도 있다는 전제를 자꾸 끌어다 쓰던데, 그건 너를 다 보이기엔 멀었음을 의미하지. 나도 웬만한 일엔 우리가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부터였어.
지나고 나니 별일 아니었던 아주 귀했던 순간들. 그건 아마도 처음이라서가 아닐까. 나를 다 보이고 싶을 만큼 사랑하는 마음이 드는 사람이어서. 나를 다 보이기엔 조심스러울 정도로 귀한 순간이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