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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Oct 29. 2023

남은 페이지 혹은 미뤄둔 페이지

집을 나서기 전 아주 오랜만에 책을 집어 들었다. 한동안 책을 멀리했던 것 같다. 바쁘다는 핑계. 피곤하다는 핑계. 오늘은 꼭 책을 한 장이라도 읽어야겠다 하는 마음이 들어 책을 들었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 카페에 앉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곁에 두고 앉아 천천히 읽기 시작했고 , 순식간에 바깥 풍경은 밤이 되어 있었다. 


실례합니다. 저희 9시 마감이어서 정리 부탁드립니다.


마감 십 분 전 간결하고도 머쓱한 직원의 인사. 끝까지 붙들고 읽던 책을 덮었다. 남은 페이지는 겨우 서너 장 남짓. 아쉬움이 남았다. 오늘은 기필코 마지막 장을 읽고, 모두 덮은 뒤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쩔 수 없지. 하루가 끝난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지금은 아쉬워도 밤이니까. 서운한 마음을 미뤄두고 짐을 챙겨 들었다.


언제든 읽고프면 읽기 위해 몇 번을 들고나갔던 책이었다. 책이 상할까 봐 케이스에 넣어 펜과 노트와 함께 가져 다니던. 꽤나 오래 들고 다닌 책.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이 나왔다는 얘기에 책이 출간되자마자 바로 구매해 그때부터 가지고 다녔던 것 같다. 책을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외출이면 항상 가지고 나갔다. 한두 장 읽으면 괜히 눈물이 차올라 더 이상 읽지 못하고 금세 덮고야 말았던 터라 더 오래 들고 다녔던 책. 오늘은 기필코 마지막 장을 넘겨야겠다. 꼭 그러자 다짐했었다. 아쉬움이 크다. 과연 또 언제 이 책을 펼쳐 들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어설까.


미련하고 게으른 탓이겠지. 고작 책 한 권에, 페이지마다 눈물이 차올라 다음 페이지를 읽지 못하고 덮는다는 게. 무딘 핑계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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