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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Nov 22. 2020

괜찮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야만 하는

괜찮다는 말;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야만 할 때 쓰는 말.



괜찮다는 말을 자주 한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나 자신에게 주문을 걸듯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누군가 내게 안부를 물을 땐, '괜찮다'라고 답하기도 한다. 이제는 정말 괜찮다고. 정말 나는 괜찮은 걸까. 아니면 괜찮지 않지만, 괜찮아야만 하는 걸까. 이제 그 질문에 답을 하기 더 어려워진 것 같다. 아픈 이별을 겪었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내가 괜찮길 많은 사람들이 기대한다. 이 정도의 시간이 지났으면 당연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어때?'가 아니라 '이제 괜찮지?'라는 말을 더 많이 듣는 것 같다. 이렇게 질문을 하는데 '아니, 아직 나는 안 괜찮아. 사실 괜찮아질 수 없을 것 같아, 적어도 당분간은.'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기대하고 있는 대답을 해야만 한다. 그게 바로 '괜찮아.'라는 말이다.


괜찮다는 말을 강요받는 기분이 이따금 든다. 나는 괜찮지 않은 것 같은데, 괜히 내가 이제는 괜찮기를 기대하고 하는 질문에 실망을 시키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괜찮다'는 말로 슬쩍 넘긴다. 상처가 아무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딱쟁이가 지고, 떨어지고, 다시 새살이 돋기까지의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그저 얼마만의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그렇게 바뀌는 것일 뿐 강제로 할 수는 없으니까. 물론 약을 발라서 시간을 단축시킬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게 완전히 흉이 남지 않게 하기까지의 시간은 아마도 약을 발라도 그렇게 많은 차이가 있진 않을 것 같다. 하물며 마음에 생긴 상처인데. 그렇게 빨리 괜찮아질 리 없다. 알고 있으면서도 물어보는 거겠지. 이제 그만 괜찮아지라고. 내게 조금만 속도를 내라고. 괜찮다는 말로 덮어버린 상처는 더 빨리 나을까, 과연.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를 지치게 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괜찮다고 말하고 다니다 보니 어느 정도는 괜찮아진 것도 같다. 이런 이야기들을 이제 더 이상 울지 않고 얘기하고 있는 나를 보니. 조금은 기특했다. 뭔가 이제 딱쟁이가 제대로 붙은 걸까. 그렇다면 새살이 돋을 때까지 딱쟁이가 떨어지지 말고 나를 좀 보호해줬으면 좋겠다. 다시 피가 나지 않게. '괜찮다, 괜찮아.' 그 말이 정말 날 괜찮게 해 줄 때까지.  나를 좀 지켜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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