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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Nov 22. 2020

눈물로 쓰인 일기

꼬부라진 글, 고꾸라진 마음.


눈물로 쓰인 일기를 발견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꼬부라진 글. 고꾸라진 마음이 담긴 그 글을 보고 있자니 , 속에서 천불이 났다. 이런 글을 썼었구나. 이런 마음이었구나. 대체 얼마나 이를 갈았던 걸까.

꼬부라진 글이 내게 말했다. 나는 너무너무 화가 난다고, 너무너무 마음 아프다고. 이제 누군가에게 마음을 다한다는 게 무서워졌다고. 얼마나 아팠을까 그때의 나는. 얼마나 화가 났을까.

아직도 가끔 한 번씩 그날의 일이 생생하게 떠오른다는 게. 이따금 악몽을 꿀 정도로 여전히 그날의 흔적이 내게 남아있다는 게. 숨이 막힌다.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내가 힘든 거의 몇천 배, 몇만 배는 네가 아팠으면 좋겠다. 나에게, 져버릴 수밖에 없었던 작은 별에게 미안하다면. 적어도 그때의 우리에게 진심이었다면. 내가 괜찮아 지기 전까지는 괜찮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평생을 악몽에 시달렸으면 좋겠다. 그것 말고는 별에게, 그때의 우리에게 용서를 구할 길은 없을 테니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마음과, 믿음. 그리고 그 사람과 함께 앞으로의 시간을 걸어 나간다는 그 마음, 확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어리고 순수한 마음.
내가 아는 모습의 단면만을 보고, 이 사람의 사랑은 온전하며, 그 마음이 쉬이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어리석음으로 가득 찼던 사랑이란 이름의 변검. 조금만 더 눈치가 빨랐더라면, 조금만 더 빨리 뒷면을 볼 수 있었더라면 이렇게 긴 시간을 아파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몸도 마음도 다칠 만큼 다치고, 어떤 사람에게 의지를 한다는 것에 불쾌를 느끼고, 사람에 대한 믿음이 마치 보이지 않는 바다 밑을 내려가는 일만큼 어려워진다는 것. 그게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인지 알까. 그 사람을 알고 있을까. 내게 주었던 그 모든 달콤함이 다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안 어린 마음이 다친 일이 얼마나 숨 막히는 일인지 알 수 있을까.
남겨진 이름에 대한 분노와 물음이 되새김질되는 동안의 나는 더 갈기갈기 찢이겨져 간다. 당신도, 당신이. 겪어봐야 이 고통의 정도를 알게 되겠지. 그러니 평생 자책하며, 거짓된 믿음에 용서를 구하며 눈물을 삼키고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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