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오랜만에 공부하던 중국어 책을 펼쳤다. 친구랑 장난을 치다가 중국어 책을 펼쳐 들었는데, 지금은 하나도 알아볼 수 없는 그림 같은 문장들을 그때는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메모가 가득했다. 포스트잇을 잘 사용하지 않는 내가 포스트잇까지 사용해가며 열심히 메모를 해뒀더라. 그때는 뭐가 그렇게 재미가 있었을까. 이 알아볼 수 없는 한자들이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다시 봐도 도저히 알기 힘든 문자.
어떤 공부를 했던, 그게 공부던, 그게 사람이던. 그때는 알 것 같았던 일들이 지금은 오히려 전혀 모르겠는 게 너무 많은 것 같다. 다 이해한다고 자신했던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내가 어떤 걸 그렇게 자신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 뭐가 그렇게 다 이해할 만했을까. 시간이 지난 나는 그때보다 더 모르겠단 얼굴로 이렇게 있는데. 어쩌면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 몰라서. 이해하는 척이라도 해야 해서. 좋아하는 척이라도 해야 해서. 그래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너를 다 이해하는 척했던, 너를 좋아하는 척했던. 이미 식어버린 마음을 두고도 모르는 척했던. 어쩌면 자신을 속이기 위한 어떤 방패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내가 더 다치지 않기 위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