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앱을 다 깔 순 없다. 그래서 가끔은 그냥 모바일 웹으로 본다. 그래도 즐겨 찾는 사이트라면 앱을 깔아둔다. 필요할 때마다 '검색'하지 않고 곧바로 진입할 수 있어 편리하니까. 물론, 사용성 측면에서도 분명한 차이는 있다. 단순히 진입장벽 차이는 아니다. 웹에 비하면 앱은 정보의 가시성/가독성도 높고, 단순화된 직관적 기능들이 한결 편리하게 다가온다.
공급자(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사용자(고객)가 자사의 앱을 다운로드하기를 바란다. 앱을 다운로드하면 눈에 자주 띄는 만큼 사용 빈도도 높아질 테니까.
(단편적인 예시지만, 얼마 전 배민 앱을 삭제했는데 놀랍게도(?) 음식 배달 주문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앱으로 보세요 vs. 웹으로 볼게요
그리고 여기, 앱을 다운로드하도록 유도하는 쪽과 그냥 모바일 웹으로 보려는 쪽의 팽팽한 신경전(?)이 전개되는 UI가 있다. '앱이냐 웹이냐'하는 두 가지 선택사항을 두고 마치 밸런스게임을 하듯 몇 초간 고민을 하게 만든다. 그런 UI 마이크로카피를 만나면, 난 마음속으로 이렇게 대답한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게요"라고. 아무튼, 그 선택의 기로에서 사용자는 니즈에 따라 어느 길로든 갈 수 있다. '전략적이면서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더 좋은 문구는 무엇일까?'하고, 고민하는 마음으로 몇 가지 사례를 아카이빙을 해두었다가 공유한다.
효과적인 마이크로카피 전략 6가지
이번 아티클에서는 6번째, <존중하라> 관점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수집했다. 앱에서 볼지, 모바일 웹으로 볼지 선택권을 준다는 맥락에서 사용자를 존중하는(=의사를 묻는) 마이크로카피라고 볼 수 있다.
① 사용자 입장에서 말하라
② 매끄러운 경험을 도와라
③ 걱정을 덜어줘라
④ 즐겁게 하라
⑤ 사회적 증거를 말하라
⑥ 존중하라
▲ [앱 다운로드 ↓] 버튼과 각각의 서비스에 관한 설명이 간결하게 쓰여 있다. 구미를 당기는 서비스별 헤드카피의 가독성도 좋고, 무엇보다도 배민 특유의 서체와 이미지가 함께 있어 보기에도 좋다.
* 요기요 홈페이지에서는 첫 화면 팝업창에 '첫 주문이면 총 2만원 할인' / [앱 다운로드]라고만 쓰여 있다. 배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서비스의 특장점을 부각하지 않았다. 오직 가격할인 이슈뿐이다.
▼ 핀다에서도 화면 스크롤 방식으로 앱 다운로드를 유도한다. 헤드와 서브카피 방식도 유사하다.
한 가지 눈여겨볼 것은 버튼문구다. 배민은 [앱 다운로드]라고 했고, 핀다는 [앱 다운받기]로 썼다. 배민에 있는 다운로드 아이콘이 있고 없고의 시각적 차이도 느껴진다.
검색했던 대다수의 브랜드가 모달_바텀시트(UI) 방식으로 의사를 물었다. 바텀시트 창에서는 다운로드할 앱 아이콘(이미지)을 함께 보여준다.
*모달_바텀시트 개념은 UI요소(2)를 참고해 주세요.
▲ 브랜드마다 혜택을 강조한 문구들을 선택했다. 수치화된 할인율과 사회적 증거(2,000만명의 선택)를 함께 제시하면서. [앱으로 보기], [앱 이용하기] 등 또다른 버튼문구 등장. 눈에 띄는 버튼 컬러로 시선 유도. 그 외 버튼은 아웃라인도 없이 하단에 연한 컬러로 배치하거나 아예 없이 X 표시만 해두었다.(여기어때)
텍스트 버튼 문구인 [오늘 하루 보지 않기], [괜찮아요, 모바일웹으로 볼게요.]도 보인다. 이 문구도 꽤 다양한 버전으로 쓰인다.
▼ 중고나라와 오늘의 집은 '편리성'을 강조했다. 특히 오늘의집 버튼문구는 [ 편리한 앱으로 보기 ]
(마이리얼트립은 앱 아이콘 이미지가 없다.)
▼ 카드사의 앱 다운로드를 유도하는 토스트 화면인데 바텀시트 창의 크기가 제각각이다. 만드는 사람 마음이겠지만,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글자 크기에 따라 글자 수도 달라지고, 시각적으로도 가독성을 좌우할 수 있어 신경 쓰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버튼 문구 요소와 형식도 제각각이다.
- 삼성카드는 X 버튼과 [오늘은 그만보기]를 병행한다. 기존과 다른 [지금 만나보기] 문구는 신선하다.
- 롯데카드는 2% 아쉽다. DIGI LOCA가 롯데카드 앱의 이름이란 걸 모르는 사람도 있는데, 버튼문구는 단출하기만 하다. '앱을 다운로드하라는 거구나' 유추하게 만든다.
- 현대카드는 [일주일 동안 보지 않기]로 파격 혜택(?) 문구를 선택했다. (다른 곳엔 '7일간 보지 않기'도 있다.) 아무튼, 오늘 vs. 일주일... 당신의 선택은?
▲ 모바일 웹으로 들어가자마자 화면 전면에서 앱 다운로드를 유도한다. 에이블리는 X 버튼도 없고, 모바일 웹으로 보기를 선택할 수도 없다. 스포티파이도 마찬가지. 계속 사이트를 이용하려면 앱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도록 느껴진다. 쿠팡은 텍스트 버튼에도 가독성 있게 밑줄 처리. 그리고 기존에 '괜찮아요'가 아닌 '괜찮습니다'로 작성한 이유가 궁금하다.
▼ 카카오내비는 다운로드 아이콘만 달랑 있다. 내비니까, 웹으로 보겠느냐만.. 아무튼 메인카피까지 굉장히 심플하다. 틱톡도 [TikTok 열기], [나중에] 버튼 문구가 신선하긴 하다. 그런데 틱톡 앱도 없는 내 눈엔 [틱톡 열기] 문구가 살짝 당황스럽다. 틱톡 앱을 이미 사용하는 유저에게 해당하는 문구 같다. 헤드카피가 '앱에서 모든 경험을 해보세요'니까 이를 활용해서 다른 대안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 SSG.COM 사이트 문구는 조금 독특하다. 앱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서 확인하고, 없으면 자동으로 모바일 웹 화면을 띄워준다. 앱이 없다면, 그냥 본인이 찾아들어가야 한다. 홈플러스는 할인 쿠폰을 미끼로 삼았다. 메인 웹 화면 하단에 아주 작게 메시지를 띄웠다. 지금까지 찾아본 것 중에 가장 작다. 앱도 받고, 알림으로 할인 쿠폰까지 받으라는데, 짧은 문장에 하라는 게 많다. '알림'이란 단어도 여러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정보전달이 아쉽다. 숨고에서도 일반적인 방식으로 다운로드를 유도한다.
나는 버튼문구 쓰는 게 어렵다. 이번 케이스를 살펴보면서 고민되는 지점도 버튼 문구였다. CTA버튼이 목적을 달성하려면, 문구의 역할이 지배적이다. 짧고 굵은 한 마디 말이면 되는데 그 말을 쓰기 위해 오랜 시간 생각에 잠긴다. 위에 언급한 사례들 중에 사실 대단히 차별화한 곳은 없었다. 대동소이했다. 하지만, 분명히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마이크로카피의 매력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