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와 유저 플로우
이번 스터디의 주제인 IA(Information Architecture, 정보구조도)에서 힌트를 얻었다.
라이터니까 글만 잘 쓰면 사용자에게 좋은 경험을 줄 수 있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좋은 경험이란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질까?
IA는 여러 가지 정보 탐색방식을 고려해 설계한 정보구조다. 탐색방식은 사용자가 어떤 의도를 갖고 서비스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여러 갈래도 나뉠 수 있다.
탐색방식이 다양하다고 해서 좋은 경험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사용자의 탐색 의도와 흐름을 잘 파악하고, 이를 영리하게 잘 반영했을 때 '좋은 경험'이라 불리는 사용자경험이 탄생한다.
13p, 좋은 IA의 목적은 사용자들이 원활하게 서비스를 탐색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정보
탐색방식
의도
흐름
IA는 이 4가지를 주재료로 정보를 구조화한다.
개인적으로 정보를 구조화한다는 표현이 더 마음에 든다. 왜냐하면 눈앞에 형태를 표현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아무튼, 세심히 설계된(well-thought-out) IA는 사용자가 화면을 마주하기까지 필요한 화면의 흐름을 시각화한다. 더 쉬운 표현을 빌리자면, 사용자가 콘텐츠를 쉽게 찾고 사용할 수 있도록 페이지를 구성하도록 돕는다.
지점 1. [정보 + 의도] 어떤 정보를
지점 2. [탐색방식 + 흐름] 어떻게, 어느 타이밍에 전할 것인가?
IA를 안다는 건 UX를 아는 일이다.
그리고 UX 라이터란 UX를 알면서 [ 독창적인 ] 언어 표현을 만드는 일이다.
(혹자의 표현에 따르면 그렇다. 괄호 안은 넣기 나름!)
이 상관관계를 깊이 생각해 보면 IA에서 UX 라이터가 눈여겨볼 지점이 보인다.
대표적으로 레이블링 시스템이 될 수도 있고, 페이지 구성이나 필터링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깊이 생각해 보고 싶은 개념이 있다. 바로 정보의 가치다.
정보의 가치는 유저 플로우에서 적재적소에 쓰일 때 매겨지는 값이라고 생각한다.
사용자의 니즈를 반영한 의도와 흐름에 따라 정보의 형식과 형태가 결정되므로 이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해 보는 과정이야말로 '실속 있는 UX 라이팅'을 설계하는 알짜배기 내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같이 고민하자고 한 말이지 여기에 답이 있는 건 아니다. 힌트는 있을 수도..
나는 UX 라이터의 역량이 잡초를 제거하고, 한 문장에 하나의 메시지만 담고, 힌트를 주고, 쉬운 표현으로 쓰는 데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법칙들은 말 그대로 '비결'일 뿐이다. IA를 견고히 설계하듯, UX 라이팅에도 견고한 텍스트 설계가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바탕엔 가치 있는 정보가 존재한다고 본다.
37p 디지털 서비스에서의 정보는 노력 여하에 따라 그 이상의 가치가 부여된다.
최근 탐색 트렌드는 메뉴 < 추천, 메타데이터 < 태그에 있다고 한다.
사용자 스스로 검색하기보다 추천받은 키워드를 선택하고, 정보 간 이동 시 체계적인 메타데이터보다 더 흥미를 끄는 태그를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그만큼 정보를 전하는 일 못지않게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일종의 큐레이션 정보인데, (지금 막 떠오른) 스포티파이나 넷플릭스만 봐도 알 수 있다.
사용자에게 모 아니면 도의 심정으로 던지는 정보가 아니라 치밀하게 설계한 텍스트는 달라도 뭔가 다르다. 유저 플로우에서 좋은 경험이 탄생하는 건 UI와 정보(라이팅)의 절묘한 조화(맥락과 시점의 동시 작용)에서 비롯된다는 걸, IA는 말해준다.
부드러운 강요 vs. 무한한 자유
출처: Chapter 12. 부드러운 강요 > 제한(Constraints)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챕터 중 하나다.
부드러운 강요 vs. 무한한 자유라는 정반대의 프레임이 신선했다. 여기서 말하는 부드러운 강요란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점원에게 물건의 위치를 물었을 때) "저를 따라오세요", (카드 신규가입 시) "형광펜 칠한 부분만 작성해 주세요"와 같은 경우다.
정보는 주되 (제한이 섞인) 가이드와 함께 주는 개념이다. 일종의 '유도'의 개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사용자가 앱 서비스를 처음 이용할 때 '알아서 찾아봐'가 아니라 신상품이나 베스트셀러 또는 이벤트를 먼저 보라고 정보를 제공하는 걸 '부드러운 강요'라고 할 수 있다.
가치 있는 정보를 제시한다는 게, 소위 고급정보만을 의미한다고 단편적으로 생각했는데 편견이었다. 필요한 때, 눈에 잘 띄느냐도 정보로써의 가치를 높인다.
저자의 의도를 빌려 찾은 또 다른 예시는 이렇다.
결제비밀번호를 1회 잘못 입력했습니다. (1/3회)
다시 입력해주세요.
※3회 잘못 입력하면 결제비밀번호를 재설정해야 합니다.
입금자명을 5회 잘못 입력하여 계좌인증을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중단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서비스 신청을 중단하시겠어요?
[지금 중단] [이어서 신청]
▼ 현대카드 소비 잔소리 서비스: 사용자가 자처한 '부드러운 강요' 메시지다.
부드러운 강요 스타일의 정보를 제공한다는 건 이런 의미가 아닐까?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는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개념일 수도 있고, 사용자에게 주어진 무한한 자유 앞에 필요로 하는 걸 찾기 힘든 현실을 파고들어 역으로 제안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저자 said, 제한이라는 게 자유를 억압하는 게 아니라 올바른 서비스 이용을 유도할 수 있는 긍정적인 의미로 작용하는 것이다)
▼ 함께 읽어보기
Toss Tech_ 추천할 때는 제일 좋은 것 하나면 된다
157p
좋은 서비스가 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체감하는 UX와 서비스가 제공하는 종합적인 가치가 한데 어우러져야 한다.
서비스의 특성, 사용자의 기대, 해당 시점에서의 맥락 등이 결합되어 때로는 사용자에게 자유를 주고, 때로는 부드럽게 강요(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용자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는 것이 좋은 UX라고 말하는 것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부드러운 강요와 같은 성격의 정보를 주재료 삼아 UX 라이팅을 설계한다면 어떨까?
부드러운 강요가 필요한 유저 플로우를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여행 앱이나 패션처럼 옵션 선택이 빈번한 경우엔 분명하고, 유용한 가이드가 필요할 것 같고, IA에서 정보 간 이동이 필요할 때도 금융권 앱에서 인증을 할 때도 '부드러운 강요'가 적재적소에 잘 쓰인다면 사용자경험을 좋게 만들 수 있는 장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아티클에서 인용한 문장은 「UX/UI 디자인 완벽 가이드: IA와 유저 플로우 편」에서 발췌했습니다.
책의 여러 챕터 중 특정 내용에 감명받아 '탐색'과 '경험' 관점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