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라이터의 멘탈관리십(十) 문장
글쓰기는 분명 치유의 행위인데 무슨 일에선지 UX라이팅을 하다 보면, 글쓰기가 피곤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UX라이팅은 마음보다는 머릿속으로 이해되는 글을 쓰는 일이고,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출처의 근원과 그 까닭을 함께 제안해야 하므로 '(마음을) 치유하는 글쓰기'란 되기 어렵다.
때마다 시마다 마주하는 현업과의 협업은 여러 이해관계를 십분 고려해야 하는 고난도의 두뇌싸움이므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그들만의 언어(개발언어, 기획언어, UX/UI 언어, 심리언어)를 습득해야 하는 것은 물론 명확한 아이디에이션을 위한 이해의 도구도 필수로 지녀야 한다.
* 여기에서 이해의 도구란, 이미지화된 샘플이다. UX라이팅 또한 글이긴 하나 '말'로만 설명할 수 없고(말만으로 설득되기 어렵고) 늘 샘플 작업물(없으면 레퍼런스라도)을 챙겨야 한다. 그런 이유로 '그 샘플'을 만들기 위한 툴Tool도 익숙하게 다뤄야 한다.
UX라이팅은 분명 매력적인 분야다. 경험이란 추상적인 장르를 일반화해서 텍스트로 표현하는 이 일은 여러 레이어로 이루어져 더 매력적이다. 사용성에 기반해 실용적인 관점에서 사용자를 돕는 일이란 멋진 명분도 있고. 하지만, 그 과정을 지나는 일은 험지와도 같다. 단순히 '글쓰기'가 좋아서 시작했다면 방향성을 다시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다분하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글쓰기'가 싫어질 수도 있으니까. 지금의 나도 그 과정을 겪고 있다.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엔 분명한 차이가 있고 UX라이팅이 재미는 있지만 일의 의미를 찾는 것 사이의 괴리는 또 다른 문제다. 게다가 내가 쓴 글에 대한 현업의 평가는 생각보다 많은 물음표를 남긴다. '원복 혹은 수정'이란 요청사항이 함의하는 여러 가지 '그 무엇들'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하는 일 역시 꽤 많은 에너지가 든다. 상대가 옳음이 단박에 이해된다면 참 좋으련만. 상대가 그르고 내가 옳음을 증명해야만 할 때 '글쓰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게 한다.
나는 이 일이 참 좋지만, 한꺼번에 많은 걸 쏟아부은 탓인지 요즘 마음에 큰 구멍이 나버렸다. 무엇으로 그 구멍을 메울 수 있을까? 글쓰기에는 번아웃이 찾아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글 속에서 용기를 되찾는다. 미래의 나를 위해서 혹은 나처럼 번아웃이 온 이들을 위해서 어디선가 채집한 멘탈관리십(十) 문장을 공유한다.
1
이 프로젝트에서 라이터가 고민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신의 라이팅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2.
저는 제가 보는 눈이 특별하구나가 아니라 흔하고 뻔하구나 하고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는 책이라면 남들도 좋아하는 거야’하는 확신이죠. 나에 대한 믿음인 거예요.
3.
나의 욕망에 충실할 것
4.
그래, 이게 바로 나야!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침내
숨통이 트였어요.
5.
무수한 가능성을 가진 내가, 온전히 나를 던지기로 결정한 단 한 가지
6.
하나의 내가 되기엔 나머지의 무수한 내가 아깝다.
7.
오늘의 '못 하는 것들' 리스트에 있는 모든 문제는
내일의 '할 수 있는 것들' 리스트에 올리면 된다.
8.
당신의 취지와 아이디어가 멋져!
9.
공부가 뒷받침되지 않은 계획은 시나리오일 뿐이죠. 세상은 내 시나리오처럼 흘러가지 않아요.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배우고 움직여 보세요.
10.
아이디어가 옳으냐 그르냐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많은 아이디어가 옳을 수 있죠. 어떻게 하는지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왜 그렇게 하느냐죠. 그 명분이 있을 때 에너지와 의지가 생겨나니까요.
+1
매력적인 서사는 어떻게 완성될까요? 전문성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 전문성을 쌓기까지의 기록이 필요합니다. 전문성은 시간이 축적되어야 생기는 거죠. 그 시간 자체가 서사입니다. *송영길, 핵개인의 시대
나는 가끔 UX라이팅을 하다가 카피라이팅 요소를 만나면 내심 반가운 마음이 든다.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프론트엔드단의 UI 텍스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희열이랄까.
아트 디렉터 요시다 유니가 말했다. 광고는 사고 싶다는 마음을 캐내는 일이라고.
하지만 이 바닥에서는 UX라이팅이 (광고의) 카피라이팅과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그런데 (앱을 쓰면서) 사고 싶고, 이용하고 싶은 마음을 캐내는 일이란 측면에서 보면 결국 지향점은 같다고 생각한다. CX라이팅에 좌표를 찍은 입장에서 나는 언젠가 UX라이팅과 CX라이팅의 경계가 무뎌지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그날에 더 즐거운 라이팅을 이어가기 위해서 나 자신에게 다시 한번 당부한다.
"자신의 라이팅에 자신감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