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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無人 공간 전략 자산: 텍스트

Insight: 직원의 빈자리는 텍스트가 채운다

by Maudie Bloom

무인無人 공간 경험


동네 어귀를 산책하다 '무인꽃집'을 만났다. 갈까 말까 한 5초쯤 망설이다가 결국 입장. 소담한 공간에 가지런히 진열된 아기자기한 식물들이 나를 반긴다. 작은 화분에 담긴 노란 국화 하나를 샀다. 예상치 못한 지출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인사이트도 얻었다.


매장을 나와 주변을 둘러보니 무인매장이 꽤 많았다. 무인 아이스크림, 무인 라면, 무인 커피, 무인 샐러드, 무인 빨래방, 무인 빵집, 무인 펫숍 등 반경 100m 안에 연달아 무인매장이 있었다. 무인 공간에서의 경험은 대체로 고요하고, 편안했다. 마치 단독으로 쇼핑할 기회를 얻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매장 직원의 부담스러운 시선도 없었고, 불필요한 안내도 없었다. 모든 것은 셀프였지만, 불편함은 없었다. 아무것도 사지 않고, 구경만 하고 나온다 해도 눈치 볼 게 없다는 사실에 입장도 퇴장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무인 공간에는 오로지 제품과 안내 메시지가 적힌 종이만 있을 뿐이다. 그거면 충분했다. 관찰 예능을 찍듯,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CCTV의 존재만이 유일한 시선이었다.



직원이 없는 서비스 공간에서
텍스트는 직원의 빈자리를 메우는
유일한 안내자다





무인공간에는 어떤 텍스트 자산이 있을까?


입장 전 여정[진입단계]

- 입장방법 안내: 카드인증 → 입장을 위해 카드를 꽂아주세요


입장 후 여정[탐색]

- 가격 정보

- 세일정보

- 사용법: 라면 끓이는 기계, 세탁/건조기 등

- 유의사항(ex: 카운트 안쪽으로는 들어가지 마세요 출입 제한 등)


결제

- 키오스크 UI 사용법

- 봉투 위치

- 영수증 버리는 곳

- 몰래카메라 안내(ex: 훔쳐갈 시 00배 물어내야 함 등)


단계별로 텍스트 자산은 일종의 '심리적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첫 진입을 돕고, 빠른 탐색을 돕고, 실수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는 친절하고,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앱도 온라인에 존재하는 무인공간


보다시피 무인매장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경험은 ‘앱에서의 경험’과 꼭 닮았다. 온오프라인 공간 개념이나, 물리적으로 실물을 만질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결국 앱도 ‘직원이 부재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무인공간이 아닐까.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공통점 하나. 바로 정보 전달의 매개체가 ‘텍스트’라는 사실이다. 텍스트는 단순히 정보를 보여주는 요소가 아니라, 이 무인공간에서 고객의 행동과 감정을 이끄는 유일한 대화 방식이다. 길을 제시하고, 실수를 막고, 지금 잘하고 있다는 확신을 건네준다. 무인공간에서의 전략 자산은 유일무이 ‘텍스트’다. 그래서 모든 정보가 적시성(Timing) 있게, 적재적소(Placement)에, 적정한 어조(Tone)로 안내되어야 한다. 고객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쉽게, 필요한 순간에 정확하게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고객(사용자)이 혼자여도 혼자가 아니라고 느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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