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13.

by 마음밭농부

아무리 빨리 달려도

시간을 앞서갈 순 없어요.

천천히 걸어도

시간은 어디든 언제든 동행해주죠.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보내는 방법을 배우는 곳 인지 몰라요.

그 친구 같은 시간 속에서

영원을 볼 수 있을 때

우린 저 하늘 별 하나로

돌아갈 수 있답니다.

우린 우주 시간이 지루해

잠시 내려온 별이니까...




어린 시절 친구들과 가방 들어주기 내기가 걸린 달리기를 종종했었지요.

그 내기가 뭐가 그리 중요했는지 늘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답니다.

이기는 날도 있었고 지는 날도 있었죠.

진날은 친구 가방 들고 함께 오고

이긴 날은 가방 든 친구와 함께 오고

그렇게 우리는 늘 함께 걸어서 집으로 왔답니다.

우리에게 그 내기는 집으로 오는 길 반겨주는 작은 강아지 같았죠.


언제부턴가 우리는 내기를 하지 않게 되었죠.

중간고사가 끝나면 긴 복도 한가운데

1등부터 100등까지만 이름 적힌 키 만한 종이가 붙여졌고

분수로 빨갛게 표시된 성적표를 부모님께 보여드려야 했지요.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예요. 달리기가 지루하게 느껴졌던 때가.

친구들은 더 이상 달리기 내기를 하지 않았고

쉬는 시간은 쉬지 못하는 시간이 되었죠.

그렇게 학교를 가고. 그렇게 회사를 가고.

그렇게 장가를 가고. 그렇게 어디로 갔죠.

그렇게 우리는 잘 빠진 근육을 가지고

옆 눈 가려진 채 달리는 값 비싼 경주마로 길들여졌어요.

그리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큰 상금 걸린 경주 트랙을 무섭게 달렸죠.


많이 지친 날은 친구들과 고소한 연기 자욱한 고깃집에서 가벼운 욕과 가벼운 수다와 가벼운 눈물을 흘리며 가방 들어주기 내기 달리기 이야기를 나누곤 했죠.

그리곤 늘 마지막에 오가는 말 "힘내자~".

그 말을 하는 친구의 눈빛과 내 마음은

너무나 힘이 들었어요.


우리는 너무 많이 달려왔어요.

계속 달려도 괜찮다면 상관없어요.

하지만 가끔 트랙을 벗어나

천천히 걷기도 하고

길가에 핀 풀 한 송이와 눈인사도 나누고

오랜만에 찾은 동무와 술 한잔 나눌 자리도 찾고

사랑하는 사람과 간단히 먼 곳 다녀올 수 있다면

조금은 행복해질 거예요.


우리는 경주를 하기 위해 태어난

경주마가 아니에요.

자연은 경주하지 않죠.

시기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죠.

오로지 자신의 모습을 지키며

주어진 시간을 살다 가죠.


우리가 산다는 것도

특별할 것 없이 간단한 것인지 몰라요.

인생은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을

행복으로 만들어 내는

시간 사용법을 배우기 위한

짧은 수학여행인지도 몰라요.


오늘도 별은 저에게 윙크를 보냅니다. 반짝반짝.



마음밭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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