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
달을 꿈꾸던 인류는 마침내 그곳에 갔다.
우리가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그곳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달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둥글고 푸른 지구를 봤다는 것이다.
우리가 목숨 걸고 이루려는 꿈들도 이와 닮았다.
꿈 자체는 의미가 없다.
성취한 꿈에서는 한 순간도 머물 수 없다.
그 꿈을 이루는 과정의 이면에서
보지 못했던 어떤 의미를 느끼고 깨닫는 것이다.
누군가는 현실과 꿈을 나비의 꿈으로
빗대어 풀어놓은 이야기가 있다.
어쩌면 우리 삶은 꿈의 여정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번이 첫 여정이 아닐지도 모른다.
기억 넘어엔 지워지지 않고 촛불과도 같이
흔들리는 가녀린 추억 하나 앉아 있다.
그곳을 천국 혹은 극락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가 이 생으로 오기 전에 있었던
혹은 다시 돌아가야 할 "그곳"의 기억 말이다.
어쩌면 우리가 이 생에 태어난 목적은
이곳으로 오기 전 "그곳"을 이 곳에서
선명히 보고 깨닫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달에서 본 지구처럼 말이다.
사람은 달에서는 오래 머물 수 없다.
우리는 자유롭게 숨 쉬며 날아다니던
"그곳"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이제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여기가 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곳임을 깨닫고
"그곳"으로 갈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준비물은
이곳에 올 때 "그곳"에서 가져왔던
"순수하고 고운 마음"을 되찾는 것이다.
이 생은 그런 의미가 담긴 짧고도 깊은 여행이다.
사람의 의지는 대단해요.
우리는 그걸 꿈이라는 이름으로 가슴에 품고 살죠.
그 꿈으로 천하를 통일하기도 하고 달에도 가게 되었죠.
하지만 이루어진 꿈은 더 이상 꿈이 될 수가 없죠.
해서 우리는 꿈이 이루어지기 전부터 다른 꿈을 갖고 살죠.
우리가 이 생에서 이루려는 꿈은 무엇일까요?
신을 믿든 아니든 나라는 존재가
하필 지금 하필 이곳에 하필 사람으로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종교와 사상에서는 여러 설명들을 하지만
저는 우리가 여기에 온 이유와 의미를
달에 간 우주인이 본 지구라는 비유로 설명하고 싶어요.
전생의 기억이 지워진 채 인간이라는 제약된 육신에
신성이 깃든 마음을 지니고
이 물질계에 태어난 존재가 우리라고 생각하죠.
이 물질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욕심"이라는 고갈되지 않는 동력이 있어야 하지요.
하지만 그 "욕심"이라는 동력을 잘못 사용하면
물질계의 노예가 되어
다시는 본래 왔던 곳으로 돌아갈 수 없는
모순이 공존하는 도돌이표 같은 세상이죠.
우리는 욕심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목숨과도 같은 욕심을 버려야
이 곳에 오기 전 세상으로
갈 수 있는 열쇠를 얻을 수 있죠.
그곳은 이 세상 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영원히 살 수 있는 곳이기에
목숨과도 같은 욕심을 내놓으라 요구하죠.
놓기 힘든 그 욕심 버리고
이곳으로 올 때 가지고 왔던
"그곳"의 기억 간직한 "내 안의 나"를
선명히 보고 깨달은 사람만이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죠.
놓아야 잡을 수 있어요.
이번을 놓아야 다음을 잡을 수 있고
뒷 발을 떼어야 앞으로 갈 수 있어요.
우리가 붙들고 있는 지금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돌이켜 보고
우리가 가야 할 "그곳"이
어떤 곳인지 선명히 볼 수 있기를
촛불 같은 흐느낌으로 바래보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