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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밭농부 Aug 23. 2016

그때의 나, 나의 그때는 다르다.

#163.

기억은 편집되거나 왜곡된다.

강한 경험일수록 왜곡 수준은 커진다.

흔히들 내 마음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아마 내 마음과 똑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그대는 살인충동을 느낄 것이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갈 뿐이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나와

나를 기억하고 있는 너의 기억은

많이 다르거나 반대인 경우가 많다.

알고 지은 죄보다 모르고 짓는 죄가 많다.

우린 그렇게 누군가의 포용으로, 헤아림으로, 사랑으로

나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 기억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주위의 사람들에게 마음 담은 감사와 존중을 표하라.

그리하면 그대는 진정 좋은 사람으로 변화될 것이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과거의 경험이나 기억된 정보로

현재의 상황들을 판단하고 적절한 대안을 찾게 마련이지요.

감정적 요소가 거의 없는 단순한 기억들은

반복된 정보처리 과정을 거치며 패턴화 되어 어느 순간부터는

뇌에서 무의식의 영역으로 넘겨 버리지요.


하지만 감정 파장이 큰 기억들은 조금 다르지요.

극도의 공포나 슬픔이 할퀸 기억들은 트라우마로 남게 되고

불편했던 인간관계를 준 사람들은

패턴화 되어 피하거나 미워하게 되죠.

좋았던 기억은 그 인과관계는 증발된 채

'오직 좋았다'라는 순간만 기억하게 되죠.


하지만 그보다 무서운 것은

모든 기억의 주체인 '나'에 대해

뇌는 기억을 하지 않거나 왜곡된 기억을 심어 놓는다는 거죠.

편집이나 왜곡된 정보가 생산되기 쉽다는 이야기예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의 잘못은 인지하지 못하고

다른 이들의 잘못에는 분노와 경멸을 표하게 되지요.

사실 남의 잘못을 알 수 있다는 것은

내 마음속에 그것이 잘못이라는 기억이 있기 때문이고

그건 나도 똑같이 그랬거나 그럴 수 있다는 뜻인데도

나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오직 남 비방하기에 바쁘죠.


간혹 이런 말들을 하죠.

'내 마음과 똑같은 사람' 만나고 싶다고...


잘 생각해 보세요.

내 마음과 똑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될지.

취향이 같고 생각이 같으니 행복할 것 같나요?

그 반대도 생각해 봐야 하지요.

욕심내는 것도 같고 바라는 것도 같겠죠?

그럼 어떻게 될까요?

누군가는 양보를 해야 하지요.

그런데 양보를 할까요? 한다면 그 과정은 순탄할까요?


아마 며칠이 지나면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몰라요.

우리 마음이 그렇거든요.

우린 내 속에 닮은 구석이 있는 악행을 보고

쉽게 감정이입이 되며 더 강렬히 분노하고 비난하게 되지요.


별다른 정보가 없는 어린아이는

고위 공직자의 비리에 분노하지 않아요.

돈 있는 자들의 어처구니없는 갑질에 악담을 퍼붓지 않지요.

그저 그들의 수갑 찬 모습을 보며 슬픔을 느낄 뿐이죠.


마음이 순수한 사람들은

남의 잘못을 비난하기보다는

그 배경을 살피게 되고 그 사람을 진심으로 위로해 주죠.

왜냐하면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일을

먼저 했고 그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진심 어린 연민을 느끼고 안아 주게 되죠.


내 배우자, 자녀, 가족

직장 동료, 사회 구성원

모두 같은 사람들이고 같은 마음이에요.


나나 내 가족, 나와 관련된 사람의 잘못은 연민의 대상이고

남의 잘못은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옳지 않지요.

내가 저지르지 않았다고 해서

남이 저지를 잘못을 거침없이 비방하는 것도 옳지 않아요.


우린 모두 하나랍니다.

남의 잘못도 내 잘못이고

내가 잘남도 남이 잘남 때문이라는 것.

꼭 알아야 하지요.


내가 기억하는 그때의 나는

그때 내 주위가 기억하는 나와는

많이 다르거나 반대인 경우라는 것.

잊지 말기로 해요.


그래야 남을 용서할 수 있고

나를 용서할 수 있으며

과거에서 자유로와 질 수 있기 때문이죠.


마음밭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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