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움 그리고 비움

#15.

by 마음밭농부

만물은 빈 곳에 찬다.

빈 잔에 차 담기고

빈 곳에 꽃 피고 나무 자란다.

빈 하늘에 구름 지나고

빈 때에 인연 찾아든다.

비우면 찬다.

물이 빈 곳 지나면 강 되고 빈자리 머물면 바다 된다.

무언가 채우고 싶다면 정갈한 빈자리 필요하다.

우리가 하늘을 높이 우러러보는 건

한 없이 텅 빈 비움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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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언가 채우길 바라죠.

그 마음이 잘못된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채우다 보면

쉽지 않거나 원하지 않았던 것들로 채워지기 마련이죠.

무언가 채우고 싶다면 먼저 비워야 한답니다.


채움에는 순서가 있지요.

우선 나에게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정해야 해요.

그리고 필요 없는 무언가를 정하고 버려야 하죠.

집이 가정이 될 수 있는 건

가족이 쉴 수 있는 빈 공간이 있기 때문이죠.

사람이 매력 있게 보이는 건

빈 틈이 있기 때문이죠.

꽉 찬 꿀통엔 달콤한 꿀을 담을 수가 없답니다.


우린 늘 무언가 채워가길 원하죠.

그 채움이 풍요하고 행복한 미래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죠.

그 믿음 가득 찬 마음엔 채움의 의지 외에는 들어설 자리가 없죠.

만물은 채워지는 그 순간 기능을 잃어버리지요.

차가 찬 찻잔, 꿀이 찬 꿀통, 나만이 가득 찬 마음들엔

그 어떤 것도 담을 수 없고 그 기능마저 잃어버리죠.


우린 늘 욕심을 채우려 노력하죠.

몸이 원하고 마음이 원하는 달디 단 욕심 말이에요.

욕심은 덩치가 크죠.

마음에 빈자리 한 줌 허락하지 않으니까.

욕심은 열을 내죠.

마음을 상하게 하니까.

그 열은 육신을 병들게 하고 마음을 쪼그라들게 하죠.

높으면 목숨을 거두어 갈 수도 있어요.


행복도 사랑도 감사도 열 높은 곳에는 머물지 못해요.

차분한 여유 지나는 촉촉한 마음 어느 자리 찾아 자라죠.

미소도 유머도 여유도 그 자리에서만 자라죠.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들이 있다면

그것들이 자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해요.

그 자리는 비워야 만들어진답니다.

채우고 싶다면 어느 한 자리는 버리고 비워야 하지요.



마음밭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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