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
순간에서 영원으로...
우린 오직 순간에만 살 수 있다.
한 찰나 앞설 수 없고
뒤 따라갈 수도 없이
오직 순간에만 존재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개념은
현상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머리가 추상화한 관념일 뿐이다.
영원은 순간 속에 담겨 있다.
순간은 영원으로 가는 길이다.
바닷물 한 방울에
온 바다가 담겨 있듯이
공기 한 줌에
대기가 숨 쉬듯이
그렇게 순간과 영원은 하나이다.
우린 그렇게 영원이 담긴 순간을
고작 이백 년도 안 되는 인생을 위해
포기하거나 희생한다.
삶의 본질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생만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책임하거나 무도할 가능성이 높다.
영생을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순간을 영생처럼 중하게 쓴다.
우리에게는 조건 붙지 않은 시간이
너무도 공평하게도 주어진다.
우린 그 시간을 영원처럼 쓸 수도 있고
순간처럼 날려 버릴 수도 있다.
우린 그렇게 같기도 하고
또 다르게 살아간다.
누군가는 바빠서 죽겠다고 하고
누군가는 지루해서 죽겠다고 하죠.
어떤 이는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이 아쉽다고 한탄하고
어떤 이는 긴 고통의 시간이 빨리 지나가 달라고 애원하죠.
우리는 같은 시간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다르게 느끼며 살아가는 것 같아요.
많은 것을 가진 욕심 많은 노인은 영원히 살기를 바랄 것이요
가진 것 없이 희망마저 저버린 청년은 빨리 죽기를 바랄 거예요.
우리는 삶을 재물이나 권력 등
몇 안 되는 기준으로 판단해 버리고 말죠.
시간을 어떻게 해석하고
삶을 무엇이라 판단하든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살다가는 이 생이 과연 처음이자 마직막인 삶일까요?
이 생만 끝나면 모든 게 끝날까요?
죽으면 모든 게 꿈도 없이 잠든 순간처럼 꺼져버릴까요?
저는 아니라고 봐요.
윤회를 하든, 천국에 가든 저는 그런 것엔 관심이 없어요.
다만 내가 느끼고 생각하고 마음으로 담는 그 무엇은
내 육신이 다하더라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알기 때문이죠.
하여 이 생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한 번 보고 다시는 보지 않을 것 같은 사람에게도
마음과 물질의 빚을 남기려 하지 않지요.
다시 찾지 않을 장소라도 사사로이 더럽히지 않으려 하죠.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무도한 언행을 하지도 않아요.
어딘가에는 기록되고 누군가가 보고 있을 것이고
영원히 내 의식을 따라올 것임을 알기에...
삶의 스펙트럼이 짧을수록 사람은 무도해지고 극악해지죠.
죽음이 목전에 당도했다고 느끼는 사람은
짐승보다 더하게 자신의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발악하죠.
인생을 정리하고 내생을 준비하는 마음 비운 노인은
한 없이 자애롭고 수고롭지 않은 마음으로 삶을 바라볼 수 있죠.
여러분은 삶을 어떻게 규정하시나요?
순간이라고 생각하세요?
영원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순간을 영원처럼 살든
영원을 순간처럼 살든
그것이 여러분의 인생을 규정 지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메타포의
근원임을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