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밭농부 Oct 09. 2016

보이스피싱을 신봉하는 우리들

#184.

우린 보이스피싱에 중독된 시대를 살고 있다.

남이 나를 속이려는 피싱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속고 있는 보이스피싱은

마약보다 무섭고 강하게 중독되며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더 깊고 빠르게 중독된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규모가 큰 보이스피싱에 걸린다.

그렇게 중독된 채 파멸의 길을 스스로 찾아간다.

그 전화는 멀리 외국에서 걸려오지 않는다.

그 메시지는 듣지 않겠다고 해서 피해가지 않는다.

그 내용은 믿지 않으려고 하기에는 너무 현실적이다.

그 소리대로 하면 나에게 이득이나 쾌락이 찾아온다.

그러니 안 믿을 수 없고,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니 자녀들에게도 학원까지 보내며

그 보이스피싱에 따라 사는 법을 가르친다.

하여 우리는 보이스피싱이라고 느끼지도 못한다.

그토록 무서운 보이스피싱은 바로

우리의 "에고"로부터 전해져 오는 욕심의 소리다.

신과 하나 될 수 있는 양심의 눈을 멀게 만들고

마음 편히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힘을 가진 그 깊은 설득력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전 생애를 한방에 의미 없게 날려 버릴

치명적인 유혹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남에게 속지 않으려 의심스러운 눈을 부릅뜨고

마음이 빨갛게 충혈된지도 모르고 살아간다.

오늘도 우리의 에고는 끊임없이

달콤하고도 애잔한 목소리로

우리의 참다운 마음을 마비시키고 유혹한다.

우리는 아무런 저항감 없이

그 목소리에 끌려 살아갈 것이다.

죽음이 당도할 그날까지 말이다.

하여 죽음 앞에서야 우린 알 것이다.

내 삶 전체를 잘못된 계좌에 송금해 버린

그 깊은 좌절과 처절한 상실감을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은 과연 옳은 것일까요?

옳고 그르다는 기준이 모호하기에

판단하기 어렵다고요?

그럼 질문을 바꿔 볼까요?

우린 과연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일까요?

머리 속이 조금 복잡해 지죠?


자연을 살펴보면 어느 것 하나 다투는 것이 없지요.

먹고 먹히는 관계는 생명의 순환시스템이라고 본다면

그건 다툰다는 것에서 예외로 할 수 있겠죠?

그럼 자연에서 오직 인간만이

생존과 직접적인 상관없이 다투며 살아가는 존재죠.


원인이 무얼까요?

그건 "에고"라는

무서운 에너지원이자 추진체가 있기 때문이죠.

사실 "에고"를 아주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어죠.

왜냐하면 "에고" 없이는 인간은 존재할 수 없죠.

성욕, 식욕, 수면욕 등 생존에 꼭 필요한 마음이

이 "에고"를 통해 나오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에고"라는 에너지원을 잘못 사용하면

방사능보다 강력하게 마음과 삶을 오염시킬 수 있죠.

그리고 무서운 중독 성분을 퍼뜨리기도 하죠.

그 중독 성분은 나를 남과 다른 특별한 존재로 인식시키고

"다름"을 넘어선 "높음"으로 나를 이끌고 가서는

"계급"이라는 것을 만들어 남을 나에게 복속시키려 하죠.


남은 없고 오직 나만 있는 세상을 꿈꾸는 마음.

나만 사람답게 여기고 남은 하인처럼 여기는 마음.

이런 마음이 바로

"에고"의 속성에 포함되어 있는 마음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에고"의 목소리에

충실히 따르는 삶을 살아가죠.

그 목소리가 삶을 고스란히 날려버릴 수 있는

무서운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죠.


오직 남이 나를 속이려 하지는 않는지?

끊이지 않는 "의심"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마음은 조려 버리고 영혼은 병들게 만들죠.

그렇게 소중한 인생을 욕심에게 던져 줘버리고 말죠.


우린 알게 될 거예요.

"에고"의 목소리에 이끌려 탐욕에 젖어 살아온 생은

도둑맞은 생이라는 것을.


수많은 성인들이나 신은

시대를 막론하고 같은 이야기를 했죠.

에고의 보이스피싱에 당하며 살지 말라고.


우린 그 보이스피싱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신의 이름을 사칭한 종교라는 또 다른 보이스피싱에 속아

그들이 요구하는 물질 등을 갖다 바치며

거짓 위안을 얻으며 살아가죠.


소중한 이 삶을 헛되이 사기 계좌에 송금하지 않으려면

"에고"의 목소리를 잘 구분하며 살아야 하지요.

꼭 필요한 안내의 목소리와

듣지 말아야 할 탐욕의 목소리를 구분할 수 있어야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고 사람이라 이야기할 수 있죠.


우리 어른답게 사람답게 살아보아요.

꽃처럼 바람처럼 그렇게 살아보아요.


마음밭농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자신 있습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