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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밭농부 Oct 23. 2016

지금이 힘든가요?
그럼...냉장고를 치워보세요.

#191.

냉장고엔 여분의 먹을 것이 있다.

예전엔 음식을 저장하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우린 배부르게 먹고도 남은 "욕심"을

차가운 냉장고 속에 저장해 두기 시작했다.

우리는 수시로 그 냉장고를 열어 보며

비워지면 슬퍼하고 채우려 노력하며 산다.

그렇게 시작된 욕심은

신의 자리를 탐할 정도로 커졌다.

지금도 우리는 각진 모양으로 번쩍이는

최첨단 디지털 냉장고를 열어 본다.

그 속에는 신선한 욕심이 냉장되어 있다.

우린 그 차가운 욕심을 요리하는 방법을

TV에서 보고 배우고 요리해 먹는다.

냉장고는 더 첨단화될 것이고 더 커질 것이다.

더 많은 기능이 더해질 것이고

더 좋은 욕심이 채워질 것이고

더 좋은 욕심 요리 방법이 세상에 나올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그렇게 비만이 될 것이고

여러 합병증을 얻을 것이다.

냉장고 없던 시절에는 모든 것이 부요했었다.

지금은 냉장고를 사고 그 속을 채우는데

거의 모든 것을 허비하며 살아간다.

냉장고 속 그 음식은 소금물과 닮아서

먹으면 먹을수록 욕심의 갈증만 깊어진다.

우린 그 차가운 욕심을 더 자극적인 맛으로

요리하는 법을 갈구하다 비만한 영혼으로

침대 위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채

무거운 마지막을 맞이할 것이다.

간단한 배낭 메고 들로 산으로 나가 보라!

그곳에는 늘 신선한 먹거리가 지천이다.

태초에 냉장고는 없었다.

지금도 습관적으로 냉장고 문을 여는 그대여!

냉장고 전원을 뽑아 버리고

들로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고운 님과 손잡고 나가보라!

가슴에 바람 가득 안고 햇살과 동무하며 그렇게...


우리는 언젠가부터 "너무" 많은 것을 가지게 되었어요.

마음은 방향을 알면 무서워지는 법이죠.

욕심이란 방향을 정한 마음이죠.


무엇을 하겠다고 마음먹을 때.

그 마음이 우리 영혼의 양식이 되죠.

그런데 우리의 영혼은 건강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영혼이 건강하지 못한 여러 이유가 있겠죠.

그중에 가장 중요한 원인은

영혼이 먹는 음식인 마음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사람의 마음에도 냉장고가 있죠.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들도 가지려 하는

욕심이 그 속에 가득 차 있죠.

아무리 나누어도 없어지지 않는 고운 마음들은

냉동고에 꽁꽁 얼려 버리고

나 만을 위한 내 가족만을 위한 그런 탐욕들만

신선한 냉장고에 보관하죠.


그것도 모자라 그 욕심을 어떻게 잘 요리해서

먹을지?를 많은 돈과 노력을 들여 배우는데 청춘을 보내죠.


그렇게 잘? 성장한 어른들은

향 좋은 향수로 악취를 숨기고

빛 좋은 화장품으로 욕심을 가린 채

오늘도 냉장고를 채우는 방법을 고민하며 살아가죠.


냉장고를 힘 안 들이고 고상하게 채우는 사람이

존경받으며 TV에 "성공한 사람"으로 비치고

우리는 그 "성공한 사람"을 배우려

몰려다니며 살아가죠.


그렇게 우리는 영혼이 비만이 되는 줄도 모르고

욕심을 채우고 욕심으로 요리한 음식을 탐닉하죠.

하지만 우리의 육신의 사용 연한이 다해질 때가 오면

왠지 모를 공허감을 토로하며 후회하다 마지막을 맞이하지요.


편식을 하면 몸에 해롭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지요.

아이들에게도 야단치며 골고루 먹어라고 이야기 하지요.

그러면서 영혼에는 늘 "욕심"만을 먹이지요.

자선이니 기부니 사랑이니... 이런 거짓 양념들을

아무리 뿌려서 맛을 내도

원 재료인 "욕심"의 성분을 없앨 수는 없지요.


마음은 그렇게 병들어 갈 테지요...

고도 비만으로 혹은 최고급 욕심 요리사로 이름을 떨치고 싶으면

지금 보다 더욱 치열하게 독을 품고 살아가세요.


지금까지 살아온 방법이 진저리 처지게 싫다면

들로 산으로 바다로 강으로 지친 마음 다독여 안고 떠나요.

그곳에는 새로운 먹을거리가 있어요.

처음에는 맛이 없고 거칠겠지만

곧 알게 될 거예요.

그 깊고 맑은 담백한 맛을...

그리고 더 알게 될 거예요.

그 맛이 생명의 맛이라는 것을...

그 맛에 사는 것이

인생의 맛이라는 것을 말이에요.


마음밭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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