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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식의 부재와 자기기만의 겨울

마음이야기 #223.

by 마음밭농부

의학용어 중에

‘병식(病識)의 부재’라는 표현이 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자신의 정신적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을 정상이라고 믿는 경우를 이야기한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과 관련 없는 일에 대해서는

철저히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면서도

자신의 문제에서는 진실이 아닌 것들을

진실로 여기도록 스스로 오도하고

그릇된 신념을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자기기만(Self-deception)’이라 한다.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의식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병식의 부재' 증상이 심각한 중증의 대통령과

'자기기만'에 빠진 정치인, 공무원, 교육자, 언론인들로

회복되지 못할 것 같은 심각한 중병을 앓고 있다.

그 자리에서 해야 할 소임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정상적인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그사이 국민은 길 잃은 숲에서

깊은 우울의 잠에 빠져 버렸다.

우리를 깨워 줄 왕자나 공주는 세상에 없다.

이제 동화 속에서 나와 오직 스스로 깨어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도적들에게 내어준 힘을 되가져와

환자가 아닌 성실한 심부름꾼을 찾아 맡겨야 한다.

자신의 심부름꾼에게

굽실대고 뇌물 쓰고 줄 서는 주인은 없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이어 줄 세상이

더는 '슬픈 세상'이 되지 않으려면

바로 '지금' 모두의 '뜻과 힘'을 모아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전 국민에게 쫓겨난

슬픈 대통령의 떨리던 말이 생각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그는 이 이치를 잘 이용했던 나쁜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지금껏 우리는

그 나쁜 대통령의 후손들 뜻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속절없이 움직여 왔다.

이번에는 다를까?

먼데서 겨울 모셔온 바람은

시린 시름 한 줌 내려놓고서는 제 갈길 내달린다.

병신년의 겨울은 유독 깊고도 시리리라.


여러분의 자녀가 학교에서

다른 친구를 때렸다는 연락을 받았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처하실 거라 생각하세요?

“우리 아이는 그럴 리가 없어!”라고 생각하기 쉽겠지요?

아닌가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어요.

그게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그냥 사람이 아니라 깨어 있는 사람이라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간이 지나고 자신의 편향됐던

인식의 오류를 알아채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나라는 심각한 중병에 시달리고 있죠.

국민들은 집단 자괴감에 빠져 우울해하고 있고

정치, 정부, 검찰, 언론, 교육 어느 부문 하나

지금까지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지는

소위 '사회 지도층'은 온데간데없죠.


모두들 자신들은 잘해왔는데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다!라는 식의

'자기기만(Self-deception)에 빠져 있죠.


또한 그들은 아주 오래전 돈과 권력 놀음에 미쳐

악취 나는 곳에서 악을 먹고 살아가는 아귀가 되었는데도

스스로는 청정한 선비인 듯, 철학을 갖춘 도덕군자인 듯

행세하려 하는 중증의 '정신분열증 환자'가 되어 버렸죠.

설상가상으로 ‘병식(病識)의 부재’ 탓에

치료조차 요원해져 버렸어요.


오히려 이런 사람들은

그들이 병들었다는 증거를 들이댄 사람에게

무자비한 공격을 퍼붓기 마련이죠.

그들에게는 국민에게 위임받은 무시무시한 힘이 있으니까요.

이보다 더 무섭고도 기막힌 현실이 또 있을까요?


그런데 이런 사람들을 이렇게 길들인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저는 저포함 누구도

이 질문에 아파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수능이 있는 날입니다.

이 어린 새싹 같은 '우리의 미래'에게

우리는 지금 어떤 세상을 보여 주고 있는지?

내가 이러려고 이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글을 쓰고 있나....


바람이 찹니다.

찬 것은 무언가 깨우죠.

쪽팔림이든, 양심이든, 책임감이든, 애국심이든

무언가 굳어 버렸던 것들 일깨우는

'병신년'의 겨울이기를 가난한 마음으로 바래 봅니다.


마음밭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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