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빼면 난 무얼까?

마음이야기 #229.

by 마음밭농부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

잘못된 말이다.

호랑이는 토끼 사냥에도 전력을 다한다.

토끼는 호랑이의 이름이나 가죽에 잡히지 않는다.

눈에 힘을 준다고 토끼가 입속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하여 호랑이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용맹함을 남긴다.

내 친구는 아버지가 장관이었고

어머니가 대학총장이었다.

친구는 명문대 졸업생이며 미국 박사다.

그 친구는 자신의 부모님 이름을 찾지 않았다.

장관과 총장이라는 부모님의 '자리'를 찾았다.

그 친구는 지금 감옥에서 살고 있다.

이름을 뺀 사람은 무엇일까?

학력일까? 경력일까? 이력일까?

학력은 그 사람의 지혜를 표현하지 못하고

경력은 그 사람의 경험을 표현하지 못하고

이력은 그 사람의 일생을 표현하지 못한다.

학력, 경력, 이력, 지위, 직함 등은

그저 계절 바뀌면 갈아입는 옷과 같다.

옷은 사람이 아니다.

호랑이가 용맹함을 남기듯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순간순간

세상에 내어 놓은 '가치'로 평가받을 뿐이다.

그 잘난 '이름' 하나 역사책에 남기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극악무도한 죄악을

수없이 짓고 살았는지, 살고 있는지, 살게 될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름을 빼고 난 후 무엇이 남을지?

깊이 성찰해 보고 깨달아 실천하지 못한 인생은

살아서도 죽은 것이요,

죽어서도 살았던 흔적 조차 없는 생이다.

하여 많은 사람들은

"인생은 허무하다!" 일컫는다.

허무한 인생은 죽음이 삶의 끝이고

그렇지 않은 인생은 죽음에도 걸리지 않는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사는 것이다.

'사는 것' 앞자리에

소박하고 담담한 형용사 찾아들 만큼

'나라고 생각했던 나의 것'들 비우고 사는 것!

나는 그것을 '잘 사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마음밭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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