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농부에게 여름은 쉼이 있는 계절이랍니다.
봄 한 철 밭 갈고 물 대서 고추 심고 콩 심고 나면
여름엔 풀베기가 주업이 되죠.
무더운 여름 속까지 젖은 채 나무 그늘 아래서
지나가는 바람과 마주하다 보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어요.
여름엔 누구나 시원함을 그리워하죠.
에어컨이 있는 곳을 찾고, 빙수를 먹고,
바다와 계곡으로 여행을 떠나죠.
하여 여름엔 다른 계절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다양한 시원함을 맛볼 수 있죠.
생각해 봐요.
여름이 덥지 않았으면
시원함을 느낄 수도 없었겠죠.
그렇듯
인생이 어렵지 않았으면
행복을 느낄 수도 없겠죠.
진정한 쾌락은 고통 끝에 달려 있죠.
에피쿠로스가 외쳤던 쾌락은 그렇게 달려 있어요.
고통이 없으면 진정한 쾌락을 느낄 수 없어요.
타는 듯한 갈증으로 죽음을 넘나들고 난 후
시원한 물 한잔의 쾌락은
차를 사거나 근사한 집을 사는 것들을 초라하게 만들죠.
우리네 인생도 그래요.
지금이 타는 듯이 고통스럽다면
뭔가를 주기 위해 하늘이 준비한 축복이네요.
고통을 온 마음, 온 육신으로 온전히 견뎌낸
사람들에게만 내려지는 축복이 찾아드는 거예요.
잊지 말아요.
여름이 가장 시원하고 겨울이 가장 따스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