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린 시절부터 모아 온 편지를 정리하다 열네 살이 된 나에게 아빠가 쓴 편지를 발견했다. 무려 20여 년 전 나에게 온 편지엔 중학교 입학을 축하한다는 내용이 쓰여있었다.
아빠는 내가 성장하는 동안 학창 시절기념할 만한 날마다 편지를 써주셨다. 초등학교 졸업식, 중학교 입학식, 생일이 되면 내 책상 위엔 용돈과 함께 나를 응원하는 아빠의 문장이 놓여있었다. 난 아빠의 끊임없는 응원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아마 내가 손 편지를 좋아하게 된 것도 아빠의 영향이 컸을 거다. 누군가가 내게 쓴 편지를 읽고 있자면 한 글자, 한 글자에 꾹꾹 눌러 담은 마음이 애틋하게 느껴진다. 편지를 쓴다는 건 보통의 애정을 넘어선 수고로움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 하고 싶은 말을 고민하고 쓰고 때론 고치기도 하며 전하고 싶은 말을 골랐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작은 종이 한 장 안에 나를 향한 응원과 애정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선물을 받는 기분은 꽤 근사하다.
성인이 되고 난 뒤엔 서로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 드물어졌다. 그러다 여동생이 훈련소에 들어가면서 아빠와 자주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했는데, 휴가 나온 동생이 내게 말해준 편지 속 아빠의 문장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아빠는 인터넷 편지보다 손으로 쓰는 편지가 좋아.
라정이랑 연애편지 쓰는 것 같아서.
딸도 아빠 글로 쓴 편지가 좋지?
담에 또 쓸게. 안녕.
나는 연애편지를 쓰는 기분이라는 아빠의 표현이 좋아서, 아직도 종종 편지를 쓴다. 어릴 적 나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내준 아빠에게 답장하는 기분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