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부부의 세계

by 정희주

어릴 적에 잦은 말다툼을 하던 두 분을 보며 닭 쌈 궁합이 아닌가 놀리던 적이 있었죠. 왜 두 분은 그렇게 반복되는 갈등을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아빠는 늘 예정보다 서두르셨고 엄마는 늘 예정보다 조금 더 늦으셨죠. 아빠는 현관문 앞에서 다그치다가 마음이 급한 나머지 먼저 대문으로 나가서 서는 빨리 나오며 소리치곤 하셨어요. 아버지는 왜 엄마를 조금 느긋하게 기다려 주지 못할까. 엄마는 왜 조금만 더 서두르지 못할까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렇게 서로에게 조금씩 어긋나기만 하던 시계가 엄마의 병으로 인해 일치되게 되었죠.


엄마가 소뇌위축증으로 균형을 잘 잡을 수 없게 되자 몸을 뒤뚱거리게 되었고 누군가의 부축이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아빠는 그런 엄마의 손을 꼭 붙잡고 1시간 반 정도 거리가 되는 병원으로 매주 향하셨죠. 서울에 유명한 대학병원에서도 모두 고칠 수 없는 퇴행성 질환이라고 했고 국내에는 환자의 숫자도 적은 희귀병이며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들으셨다고 하셨죠. 엄마는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시고 더는 병원에 다니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무언가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던 아버지는 아버지는 인터넷 검색으로 이 병을 고친 경험이 있다는 한의원을 찾아 엄마의 걸음으로 2시간이 더 걸리는 시간을 여행했어요. 6년간 이 나요.


퇴행성 질환이지만 회복할 수 있다는 알고 있는 유일한 곳이었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무엇이라도 해야 했기에 그렇게 희망을 만들어 나가야 했기에 두 분은 손을 꼭 잡고 매주 그곳에 다니셨죠. 엄마가 화장실에서 쓰러져 걷지 못하기 직전까지. 병원을 다니면서도 차도는 전혀 있지 않았고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안화 될 뿐이었어요. 그래도 그곳만이 유일한 희망이기에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에 그렇게 다니셨죠.


그렇게 손을 꼭 붙잡고 다니는 모습을 이웃들은 잊지 못한다고 해요. 사시던 집을 정리하려고 부동산에 가려고 했을 때 사장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두 분이 다니는 그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면서, 어떤 이웃 아주머니는 아버지 같은 사람과 재혼하고 싶었다는 말도 했다고 전해주시더라고요. 아버지 동네에서 이런 인기남이였더라고요.


image.png?type=w1 앙리 마르탱, <사과나무 아래서 산책하는 부부>



아버지는 엄마를 간병하는 7년의 시간 동안 그동안 못다 한 것을 하시는 것 같았어요. 식사하고 청소하고 병원에 입원해 계씨는 몇 달간은 몸을 전혀 가누지 못하는 60kg 넘는 엄마의 몸을 간병하셨죠. 간병하는 동안 엄마와 '만남'노래를 불렀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돌아가신 후 제사에서도 우리는 '만남'을 함께 불렀었죠. 그 순간만큼은 아버지의 슬픔이 걷히는듯 했어요.


자식들도 알 수 없는 부부만의 세계가 있는 것 같아요. 애정과 애증 사이, 이해와 오해 사이를 오가며 그들만이 만들어낸 역사가 있는 것 같아요. 그저 오늘 돌아보지 말고, 후회하지 말고, 바보같이 눈물 흘리지 말고 우리 사랑한다 말해요.


"돌아보지 말아 후회하지 말아 / 아, 바보 같은 눈물 보이지 말아 / 사랑해! 사랑해! 너를 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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