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5도의 한파가 지속되던 겨울, 아버지가 폐렴으로 입원을 하셨었죠. 어느 때보다 따뜻한 보살핌을 드려야 할 때였지만 마음을 다하기는 힘들었어요. 계속되는 부정적 언사들이 저의 마음을 계속 들쑤셔놨기 때문이죠. 병상에 누운 아버지는 한정된 시간에 대한 큰 압박을 느끼고 계셨고 아주 구체적인 생의 마감을 위한 계획을 잡으며 자신을 통제하고자 하는 아버지를 보며, 숨 막힘을 느끼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럼 죽음에 대한 계획이 아버지는 당면한 죽음에 정면으로 마주하며 조절해 보고자 하셨던 것이고, 저는 그 진실을 피해 도망가고 싶었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죠.
아버지와의 며칠간의 갈등을 겪으면서 성별도 삶의 궤적도 다른 프리다 칼로의 그림 속에서 아버지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떠올랐어요. 아마 프리다 칼로가 자신의 고통을 직면하고 그림으로 표현한 대표적 화가이기 때문일 것 같아요.
프리다 칼로는 7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오른쪽 다리를 절게 되었고, 18살 때는 타고 가던 버스를 전차가 들이받는 사고로 척추와 오른쪽 다리, 자궁을 크게 다쳐 수술을 35차례나 받아야 했다고 해요. 이 사고로 입원해 있는 동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평생을 시달린 육체와 정신의 고통은 예술적 주제가 되었고요.
<헨리 포드 병원>은 남편 디에고가 1936년 미국 디트로이트에 머무를 때 그려진 그림이에요. 이때 프리다는 간절히 원하던 임신을 하게 되었지만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자궁과 골반이 약해 그만 유산의 아픔을 겪게 되죠. 그 후 고통과 절망감을 그림으로 그려낸다. 혈흔 가득한 침대에 프리다가 누워 눈물을 흘리고 있고 그녀의 배 위에 있는 손은 6개의 핏줄 같은 붉은 줄을 잡고 있어요. 침대는 황량한 사막에 놓여 있는데 그녀의 소외감이 어땠을지 짐작하게 해요. 프리다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비극적 상황을 대면하면서 당시의 슬픈 감정과 절망 그리고 잔인한 현실을 정확하게 묘사했어요. 아버지께 보여드리기에는 너무 자극적인 그림이지만 이 또한 삶의 한 모습이겠지요. 전 이런 그림을 통해 고통을 이해하게 되었기에 짧은 자기 검열 끝에 굳이 작품을 골랐어요.
그녀의 그림은 고통과 존엄이 공존한 하는 듯 보여요. <부서진 기둥>에서 몸은 중심으로 갈라져 있고 그 안에는 이오니아식 기둥으로 묘사되고 있어요. 그 기둥은 심하게 부서져 있고 더 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흰색 교정기계가 이를 지탱해 주고 있죠. 또한 몸에는 작은 못들이 박혀있어 한층 더 고통을 생생히 느껴져요.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위축되거나 두려움 없이 무표정한 상태로 현실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듯 정면을 바라보고 있어요. 비록 눈물을 흘리고는 있지만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결연함을 느낄 수 있었죠.
그녀는 찢기고 갈라진 모습을 통해 자신의 고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요. 이런 그림이 아니었다면 그 고통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상상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코르셋으로 지탱은 하고 있지만 희망을 느낄 수 없는 프리다의 저 그림처럼 아버지 역시 저항할 수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냉혹한 현실 속에 계셨던 걸까요?
비록 현실에 저항할 수는 없지만 당당하고 싶어 허리를 바로 세우고 정면을 응시하는 아버지께 울지 말라고 눈물도 보이지 말라고, 그 눈물도 차마 보기 힘들다고 난 철없이 말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상상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저는 숙연한 마음을 갖게 되었어요.
오늘은 이겨내라는 말, 극복하라는 말 대신 고통을 품고 이 모든 것을 감당하고 버텨내는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의 삶이 제겐 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