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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달 안정현 Sep 21. 2016

미술치료 봉사활동과
미술치료 수퍼바이저 활동

마음달 심리상담

t 지역에서 여름 미술놀이 봉사를 하고 온 일주일 뒤, 메일이 한 통 날아왔다. t지역의 상담기관의 담당자였다. 놀이와 미술치료 슈퍼비전을 받고 싶은데, 6-7명의 선생님들이 서울로 올라가서 받겠다고 했다.(*슈퍼비전이라고 함은 상담자와 내담자가 상담한 내용을 정리해서 슈퍼바이저에게 사례지도를 받는 것입니다. 물론 내담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선생님은 심리학회 상담심리전문가 명단에서 내 이름을 찾았다고 했다.


난 주로 병원에서 종합심리검사와 청소년, 성인 대상으로 상담을 했다. 아울러 외부활동도 하지 않는 조용히 상담만 하는 상담사라 슈퍼비전이나 강의는 소개로 가끔 나가는 편이다. 상담심리학회 사이트에서 상담자를 검색해서 의뢰가 들어온 일은 처음이었다. t지역에 다녀온 후 연락이 온 것도 신기했다. 지역에서 상담 슈퍼바이저를 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기관에서 3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어서 관심이 가기도 했다.


 시군구 내 상담기관은 건강가정지원센터, 청소년상담지원센터, 알코올 중독 상담센터, 위센터, 정신보건센터, 아이존 등이 있는데 대상자에 선정되면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내담자들은 3-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 1년 이상 상담이 가능한 보건소도 있지만, 대부분은 12-20회기 내에 상담을 종결을 해야 한다.


내가 처음 근무한 상담사업은 당시 국가청소년위원회에서 처음 실시한 사업이라 상담사업 소개를 위해서 교회나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전단지를 돌리기도 했다. 대학원생이라 파트 상담원으로 근무하면서도 매달 정해진 월급이 나온다는 것이 기뻤다. 학교를 졸업하지도 않은 나를 써준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면접장소에 3분의 면접관들이 있을 때 과연 난 합격할 수나 있을까 걱정이 밀려왔다. 복지관 파견 상담원으로 학교에서 문제아이들을 만나고 있을 때였다. 그 아이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생각들과 각오를 이야기했다.


 한때 오지에서 봉사하는 의사가 되고 싶었던 그렇게 거리의 아동과 청소년을 만나게 되었다. 일반 상담과는 다른 방식이고 상담실도 제대로 구비되지 않았었다. 어쩔 때는 수련관내 노래방을 사용해야 할 때도 있었고 맥도널드에서 아이를 만나기도 했다. 어젯밤 어른 남자를 유혹해서 샤워한 사이에 돈을 슬쩍했다는 아이도 있었고, 기초수급권자 아버지가 생리대 살 돈까지 가져가 버려서 생리대가 없다면서 사달라고 했던 아이도, 학교 수업 중 종종 밖으로 나가서 집에 열두 시가 되어야 들어오는 있었다. 영화를 보려고 종례를 슬쩍 빠지는 게 다였던 나는 그렇게 세상을 거칠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만났다. 가난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아이들이 순수한 영혼을 지켜나가기는 힘들었다. A 4지 한 장을 더 달라고 조르거나, 차비가 없으니 꿔달라고 하기도 했었다.


아이들보다 힘들었던 것은 부모였다. 아이의 잦은 가출로 상담사가 여러 번 바뀐 케이스였는데. 상담자가 소명의식들이 없어서 아이가 가출한다면서 전화기에 대고 소리소리를 지를 때, 속으로 "너나 잘하라고!!"해버리고 싶었다.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에게 위생상태를 신경 써달라고 할 때, 선생님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면서 우리 아이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부모도 있었다.


 너무나 배고픈 아이와 부모들이었다. 아수라가 따로 없었다. 그래도 꾀죄죄하게 슬리퍼를 신고 다니던 아이가 머리를 묶고 와서 환한 미소를 지을 때, 가출한 아이가 집으로 돌아올 때, 이제 더 이상 자살을 하지 않겠다면서 대학에 진학할 때, 그런 작은 기쁨들이 상담을 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그러나 3년 차가 되었을 때 더 이상 방문하는 상담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파트로 상담과 검사를 하고 있었고, 원장님도 내담자가 늘어나니 하루 더 나와주기를 원했다. 그렇게 그만두고 가끔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아이들을 만난다.


 t 지역에서 온 선생님들도 파트 상담원들이었다. 상담경력이 얼마 되지 않는 선생님들이 내담자를 만나는 것이 설레기도 하지만 부담이 되는 시기일 것이다. 부모가 아동을 돌보지 않을 때 가족 구성원이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을 때 아동 한 사람에 온 가족이 밀려오는 것 같아서 힘이 들기도 한다.  2시간 넘게 고속버스를 타고 온 선생님들은 열의가 있어서 반가웠다. 10여 년 전의 내 모습이 보였다. 기관에서 근무했던 3년의 시간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2시간 동안의 상담이었지만 7명의 선생님들이 또 다른 아이들을 만날 때 상담 슈퍼비전이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초보 상담자의 삶은 삶대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뜻대로 내담자가 따라주지 않아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생겨야 한다.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의 짐을 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함께 대화하는 시간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수퍼비전이 도움이 되었다는 메일 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copyright 2017. 마음달 안정현  all rights reserved.


안정현은  마음달 심리상담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심리 전문가 및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두려움 너머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네이버, 티스토리, 브런치, 인스타그램 심리치료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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