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전환기 몸은 신호를 보낸다.

마음달 심리상담

by 마음달 안정현


의사였던 그는 3년 동안 심각한 혼란을 경험하면서 어떤 연구나 강의활동을 할 수 없었고 심지어 책조차 읽을 수 없었다. 정신이 산만하고 혼돈스러워진 그는 어린 시절에 갖고 놀았던 돌로 벽돌 쌓기와 모래놀이를 즐기기 시작했다. 성인이 된 어른으로서 열한 살 소년이었던 때의 어린 시절을 이어주던 놀이를 시작하면서 정신적인 균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우리 삶의 원초적 체험에서 나오는 직관을 통해서 생명으로 가는 힘이 나온다고 했다. 어린 시절에 즐겨했거나 안전한 대상이 되어주었던 놀이가 무엇인지를 찾는 것은 치유의 효과를 낫는다고 한다. <기억, 꿈, 사상>이라는 전기를 쓴 융의 이야기이다. 그가 돌로 벽돌 쌓기를 하는 것은 중년의 위기를 돌파하는 일이었다. 돌을 통해 상징 체험을 하여 진짜 자기, self와의 만남을 시작했다.


중년의 시기에 혼란을 겪는 남성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태어나서 남자는 3번만 우는 것을 허락한다는 문화 안에서 남자들은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는 것은 힘들다. 전환 관리 전문가로 유명한 윌리엄 브리지스는 <how to live>에서 예상치 못한 삶을 만나거나 혼란스럽고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전환의 신호라고 했다. 예전의 방식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 통과의례 시기가 있는 것이다. 때는 오래된 자신의 생활양식을 떠나보내야 한다.


내면에서 들리는 변화에 대한 욕구를 무시하면 몸이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내면의 외침을 무시하고 계속 억누르기만 하고 내 마음을 잘 다독이지 못하면 몸은 고장 난 시계처럼 문제를 일으킨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억압과 차단이라는 방법만 고수하면 신체증상으로 치료실을 찾게 되기도 한다.


“따뜻한 해가 비치는 베란다에서 그저 가만히 쉬고만 싶어요. 사는 게 재미없어요. 요즈음에는 마치 시베리아 한 복판에 서있는 것 같아요.”


장은 5월 어느 날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순간 심장이 강하게 뛰기 시작하면서 숨을 쉬기가 힘들어졌다. 응급실에 실려 간 이후 갑자기 엄습하는 불안에 진땀을 흘리며 어지러움을 느끼는 날이 반복되었다. 정신분석에서 불안을 촉발시키는 두려움, 충동을 억압하지 못할 때는 공황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죽을 것 같은 공포로 과호흡을 하고 위험상황을 느끼자 맥박이 빨라지고 호흡곤란이 일어난다. 공황 증상은 보통 20-30분 정도 지속되고 죽음으로 이르는 일은 없지만 직접 겪는 이들의 공포는 엄청나다. 장은 공황발작으로 인해 신체증상에 더욱 민감해지고 걱정과 근심을 하게 되면서 다시 극도의 공포심을 느끼게 되는 것이 반복되었다.


장은 회사에서 좋은 사람으로 통했다. 회사에서는 부하직원들을 잘 다루고 힘든 프로젝트는 스스로 해결하고, 집안의 모든 대소사까지도 맡아하면서 크고 작은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빴다. 장은 강인하고 믿을만한 배우자, 아들, 아버지, 직장 동료, 상사로서 다른 사람의 필요를 해결해주는 사람이었다. 그는 최근 팀을 옮기면서 상사는 매사 지적과 비난을 일삼았다. 뱀파이어 같은 상사 때문에 회사에 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타인에게 칭찬이나 격려를 받는 것으로 중요성을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던 그에게 무기력감이 밀려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상대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변화되지 않을 수 있다. 타인이 원하는 대로만 살아가던 장에게 생의 활력이 저하되는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게 대처하느라 바빠서 자신의 내면에 대해서는 무감각하고 소홀하게 살아온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다른 사람이 원하는 대로 살아온 것 같아요. 남에게 이렇게 듣기 싫은 이야기를 들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고요.."


장은 첫 상담 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 어색하고 힘들다고 말했지만 첫 회기 이후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장은 지적이고 유능한 사람으로 직장생활도 잘 해나가고 있었고 동료, 가족들과도 원만하게 지냈다. 그래서인지 10회가 못 되는 단기상담만으로도 장의 불안증상은 사라져갔다. 상사를 보면 화는 나지만 더 이상 무섭거나 두려운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알게 되었다고 한다. 심호흡을 깊게 하면서 불안을 중화시켜나갔고 상사의 말에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거리를 두어갔다.


장은 괜찮은 사람으로서 보이는 이미지를 고수하기 위해서 자신의 감정을 돌보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를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나 자신을 돌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일을 도맡아하던 것을 팀원들과도 나누기 시작했다. 장이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지속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것이 주변의 의존성을 키우는 것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타인을 아끼고 배려한다고 해도 경계선을 지켜야지만 관계는 지속될 수 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명확한 경계가 없으면 이로 인한 내적 aggression은 커져만 간다. 아울러 자신의 바람과 욕구는 표현하고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나에게 응원을 보내는 것이 필요함을 깨달은 것이다.


“저는 몸이 아픈 것이 문제라고만 생각했어요. 가슴이 두근거릴 때마다 왜 예전 같지 않은지 화가 났었어요. 그러나 이제 생각해보면 몸은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준 것이죠. 타인들이 운전대를 잡도록 내버려두었던 것을 내가 조정해가도록 하려고요. 타인의 의지만 중요했는데 이젠 내 의지나 감정도 소중하죠. 이젠 예전만큼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지는 않겠지만, 그건 포기해야죠.”


장은 뭐라고 명확하게 설명은 할 수 없지만 깊은 안전감과 기본적인 신뢰감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삶에 고통이 닥칠지라도 신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어린 시절 자발적으로 했던 놀이를 되찾았는데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미대를 가고 싶었으나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포기해버린 그림을 지금 다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타인을 위한 행동을 하던 것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각과 감정을 사용해서 표현할 수 있는 창조성을 찾은 것이다. 그는 어린 시절의 시간과 시간을 이어주는 그림을 통해서 원래의 쾌활함을 되찾기 시작했다. 남을 기쁘게 하려고 자신을 바꿀 필요는 없으며 자기 자신에게 충실할수록 마음은 회복되어 간 것이다. 즉 그는 자신의 욕구를 부인하지 않고 돌보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시간이 꽤 지나서 자신을 찾게 되었지만 결코 늦지 않았다. 모두에게 사랑받기를 포기하고 그림 그리기를 통해 구체적인 행복해지는 방법을 얻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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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및 임상심리전문가로 마음달 심리상담 에서 상담하고 있습니다.
마음달이라는 필명으로 "나라도 내 편이 되어야 한다"를 출간했습니다.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브런치 에서 심리치료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모든 사례는 허구로 쓰여진 사례입닏. 심리상담은 비밀을 유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