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많은 남자

마음달 심리상담

by 마음달 안정현

아저씨가 버럭버럭 할 때마다 채널을 돌리고 싶었다. 게다가 같이 있는 엠씨의 말을 잘라버렸을 때는 결국 채널을 돌리고 말았다. 지하철에서 길거리에서 버럭 하는 아저씨들을 수도 없이 많았으니까. 어깨에 힘 좀 빼고 목소리 좀 낮추고 그냥 이야기를 좀 하면 안 되나 싶었다.

불통. 불통. 불통.


갑보다는 을로 살았던 시간이 많았던 나로서는 소리 지르는 아저씨들에 대한 반감 또한 한몫을 차지했다. 아저씨가 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지상에서 외로움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안 것은 그 집을 녹화한 풍경이었다. 딸 하고 대화 없이 혼자 집에서 개들하고 이야기하고 개똥을 치우는 일상의 모습들.


아저씨도 외로왔을까?

라는 마음이 들자 그래 그분이 공황장애도 있었지라면서 측은한 마음까지 들었다.


아저씨를 다시 본 것은. 무한도전의 예능 총회 편이었다.

게스트를 모시고 질문을 하는 입장이 아닌 패널로 나와서 하는 코너에서 그는 하고 싶은 말들을 속시원히 하고 있었다. 여전히 소리치고 있기는 했지만 셀프디스가 있었고, 후배 개그맨들에게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난 아저씨를 몰랐던 걸까? 아니면 아저씨가 달라진 걸까?


이제 아저씨는 딸과 함께 시골을 누비고, 후배 개그맨의 매니저가 되었고, 개를 분양하겠다며 나왔고, 붕어 20마리를 못 잡으면 입수하겠다고 한다. 여전히 그의 입에서 돌직구와 독설이 난무하지만 아저씨에게 정감이 가기 시작했다. 강한 캐릭터로 서던 갑의 자리에 서는 것이 내려왔기 때문이었다.


조금은 친근한, 아버지 같은, 동네 아저씨 같은 모습 말이다. 낚시를 가고, 딸과 대화하는 것이 어렵고, 바뀌는 세대에 적응이 힘들어했던 그 모습이 친근해졌다. 권위로 뭉쳐진 모습, 범접하기 어려운 캐릭터에서 말 한 번 걸어보고 싶은 사람으로 바뀐 것이다.


소통은 혼자만의 이야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권위적인 태도에서 한 계단만 내려와도 대화는 가능하다. 자기 이야기만을 하는 것에서 벗어날 때 그리고 가끔은 상대에게 져줄 수 있을 때 남자 어른은 진정한 권위자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소통을 시작한 아저씨가 반갑다.

그리고 오랫동안 아저씨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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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현은 마음달 심리상담의 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심리 전문가 및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두려움 너머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네이버, 티스토리, 브런치, 인스타그램 심리치료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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