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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달 안정현 Feb 01. 2016

주의력결핍장애

마음달심리상담

“학부모들이 오히려 화를 내요. 우리 애를 잘못 본 거라고.  산만하고 부주의하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고 한다니까요. 항의하는 그분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답답해요.”


 요즘 가장 핫한  주의력 결핍장애 ADHD로 교사 직무연수에 강의를 했었다.  여기저기서 선생님들이 웅성웅성했다. 선생님들은 정작 보호자는 아이의 좀처럼 모르는 것 같아,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 목소리로 외폈다. 사실 학부모 입장에서는 내 아이가 문제가 있다고 하니, 가슴이 덜컹 내려앉을 정도로 놀랠  수밖에 없다. 자식 사랑은 가끔은 부모의 눈을 가린다. 


 지체 장애, 발달 장애로 판정이 나도 그들의 부모들은 아이가 늦되서 그런 것이라고 하며 진단을 부인하는 경우도 보았으니까. 현실을 직면해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선생님이 아이에 대해 조언을 할 땐 이유가 분명히 있다. 그럴 때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가기를 부탁드린다. 주의력결핍장애 아동들은 남의 말을 툭 잘라먹고, 부산하게 움직인다. 선생님들은 친구들과 떠드느라  수업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드는 이 아이들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선생님들께는 주의력결핍 장애아동을 다루는 법, 전문기관을 소개를 해드렸다. 무엇보다 주의 결핍장애 부모-교사용 설문지가 있으니 그것을 활용하라고 말했다. 선생님들은 설문지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고마워들 하셨다.  



상담실을 찾아온 주니도 학교 선생님으로 권유를 받아 떠밀려온 케이스였다. 


주니 엄마는 학교 담임으로부터, 주니가 친구관계도 힘들고  산만한 행동으로 수업에 방해가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집에 와서 펑펑 울었다며. 회사일 하면서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 같다며 죄책감이 느껴진다고. 내게 검사 잘 좀 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아울러 주의력결핍장애가 아니기를 바란다는 바람도 전했다. 주니는 검사를 시작함과 동시에  중간중간 내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불쑥 다른 이야기를 하고 몸을 꼼지락거렸다.  딴생각을 하다가 검사 지시사항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다시 묻기를 여러 번 했다. 목소리도 지나치게 커져서 높낮이 조절이 되지 않는 고장 난 라디오 소리 같았다.  답을 말하다가 끝말잇기를 하고 혼자 흥얼거리거나 책상 아래로 기어들어가기까지 했다. 정신이 멍해졌다. 


'어떻게 주니 엄마는 지금까지 모를 수가 있을까?'


  종합심리 검사 결과는 당연했다. 주니 엄마가 원하지 않았던  ‘주의력 결핍장애’.  ADHD의 경우 보통 학업성취도가 저하되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주니는 성적도 지능도 우수했다. 다만  불안이 높아서 주의력이 요구되는 수학 점수가 당일의 컨디션에 따라 점수 변동이 오르락내리락 한 정도. 아이의 마음은 사람 그림에서 잘 나타나 있었다. 운동화에 바퀴를 6개나 달고 쌩쌩 달리며 뒤에 바람의 표시까지 그려진 그림이었다. 주니의 마음을 그렇게도 잘 표현한 그림은 없을 것이다. 얼마나 몸과 마음이 바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에서는 중학생이 된 주니가 엄마가 제시한  수학 과외, 영어 원어민 학원, 피아노, 바이올린 레슨 등을 따라가기에 힘겨워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주니 어머니는 검사 결과를 받아들였다. 놀이치료와 어머니상 담을 같이 시작하기로 했다. 내담자의 소개로 온 경우라, 주니 어머니는 처음부터 내게 신뢰감을 갖고 있었고 매주 빠지지 않고 잘 따라와 주었다.


 어머니 상담을 하면서 느낀 것은 어머니도  특별한 목적 없이 바쁘게 아니 바쁘게 살고 있었다. 자기 계발 강의 듣기, 요가 배우기, 일본어 학원 등 을 하느라,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 전문직 여성으로 많은 수입이 있었지만, 재정 관리는 엉망이었다. 월급을 받아도  카드빚을 채우기 급급했다.  그저 열심히 바쁘게 산 것이었다. 주니 엄마는 어린 시절 풍족한 삶을 살고 싶었다고 했다. 물건을 소비하면서 만족을 느꼈다면서. 결국 어린 시절의 허기진 아이의 내면을 채우느라 그렇게 바쁘게 살았던 것이었다. 불필요한 일정과 만남들도 줄이도록.  주니 어머니에겐 단순한 삶이 요구되었다. 무엇보다 주니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가도록 했다.  


  주니의 부산하고 산만한 행동이면에 불쾌하고 염려스러운 생각이 많았다. 자주 꿈에 귀신이 나와서 주니를 힘들게 하는 것을 말해주었다. 주니는 사람을 믿는 것은 어렵다는 얘기도 했다. 어린 시절, 주말에만 볼 수 있는 엄마가 주니가 잘 때 말없이 가버린 일이 버림받은 상처로 반복되었던 것도.  그 많은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몸으로 표현해내었다. 주니의 장점은 호기심과 열정이었다. 주니 엄마를 닮아 성품이 따뜻한 주니는 라포 형성이 수월했다. 다른 주의력결핍장애 아동들이 반항적인 면이 많은 것과 달리 말이다. 


상담은 아동의 건강한 면을 찾아가는 것이다. 


주니는 미술과 음악에 뛰어난 소질이 있었다. 주니와 소금으로 산도 만들고, 촛농으로 작품도 만들고, 카드게임도 하고, 수수깡과 포일, 찰흙으로 주니의 마을을 만들기도 했다. 인지적 정서적 자원이 풍부한 아이는 자기 표현력이 풍부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주니는 학교생활에서  수업시간에 산만한 행동이 줄어져 갔다. 친구들이 말할 때마다 불쑥 끼어들고 방해를 하던 행동이 줄면서 친구관계도 전보다 좋아졌다.1년의 시간이 지나  그렇게 상담이 끝났다.


주의력결핍장애 증상의 아이들이 많아지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계가 빠르고 바빠지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처럼 적자생존의 법칙을 따르고 있르기 위해서 나온 아이들일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다 듣기에는 마음이 급해지고. 빨리 움직여야 하니 주의력결핍장애가  더 많아질지도 모른겠다. 매일 일어나 스마트폰,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으로  이것저것 볼 것도 너무나 많으니 게다가 새로운 정보가 나오니 빨래 배우고 익혀야 한다. 조금이라도 속도가 늦어지면 뒤쳐질 것 같아 더욱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방향을 잃어버린 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시계 토끼를 따라 무작정 굴로 들어간 것처럼, 왜 가는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누군가를 따라서 달려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바쁜 우리가  ‘월든’을 쓴 조지 소로우처럼 자연에 오두막을 짓고 느린 삶을 살 수는 없겠지만, 내 분주한 삶에 뺄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려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copyright 2017. 심리학자 마음 달 all rights reserved. 


안정현은  마음달 심리상담의 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심리 전문가 및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두려움 너머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네이버티스토리브런치인스타그램 심리치료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모든 사례는 실제가 아닌 만든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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