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진화론 지지자의 입장에서, 신경증과 같은 병증에만 몰입했던 심리학이 행복에도 관심을 갖게 된 진화심리학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유물론과 유심론의 오랜 투쟁이 이 책에서도 다시 윤회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진화론을 과학적이라고 보는 저자는 유물론과 환원주의로 설명함으로써 '심리'나 '심리학'을 휘발시키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유물론은 상황=>감정=>행동의 순서를 주장합니다. 행복감을 유발하는 외부의 객관적 상황이 쾌감이라는 감정을 일으키고 이를 반복적으로 얻고자 하는 행동이 강화된다는 것이죠. 그리고는 놀랍게도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유전요인인데, 그것은 바로 외향성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외부의 객관적 상황이야 어떻든 그것을 긍정적, 낙관적,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주관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을 가르는 척도라는 말이 됩니다.
21세기 인간을 설명하기 위해 진화론과 유물론에 입각한 설명을 하면서 '혁명적인 관점'이라고 하고서는, 정작 행복을 결정하는 가장 커다란 유전적 요인은 외향성, 일체유심조라는 유심론을 들이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30년 단위 세대론은 커녕 10년 단위 세대론으로도 그 격차가 큰 오늘날의 인간을 설명하기에 진화의 서사는 너무 느린 것이 아닐끼요..
'생존과 번식'에만 최적화된 진화론적 육체를 유지한 채, '생존과 번식'의 위험과 결핍에서 벗어나 오히여 풍요와 권태와 싸워야하는 21세기의 심리적 위기와 대응으로써의 '인간 심리 그 자체의 진화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심리학은 추의 한 쪽 극단인 고통을 지나 이제 중간쯤 어디메인 행복을 다루고 있으며, 나아가서는 권태와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꿀을 빨아먹는 것 같은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행복한 첫 날의 경험입니다. 길은 막히고, 운전을 안 하니 맛갈난 독서가 가능하네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