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00초 리뷰

신동의 신화

이소정 첼로연주회

by 도을 임해성

< 도을단상> 신동의 신화

이소정 첼로연주회에 다녀왔습니다.

예당 국악당 건물 위편의 비밀 산책로와 같이 숨겨진 길을 따라 한 시간을 걷고,

음악분수공연을 보려고 시간 맞춰 나갔더니 폭우가 쏟아지더군요. 제까진 게 뭐라고 저 하나 왔다고 하늘분수를 틀어대다니...쑥쓰러웠습니다.ㅎ


공연장에 들어갔습니다. 15세 부터 세계적인 성취와 성과를 일궈 온 이소정 첼리스트의 연주를 보고 들으려고 많은 이들이 왔는데 객석의 2/3가 어린 아이들과 그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이더군요.


한 장이 끝날 때마다 일단 무대 뒤로 퇴장했다가 박수와 더불어 재등장하여 다음 장을 연주하더군요 격과 식을 중요시하는 것이 클래식이고 그러한 격식으로 부터 얼마나 벗어날 수 있는가가 모던이라면 과연 클래식한 분위기였습니다.

일전에 본 피아노 독주회에서는 피아노를 들고 나가지 않았는데 첼로 독주에서는 무대에서 퇴장할 때마다 악기를 가지고 퇴장하더군요.^&^

무대에 나올 때마다 첼로 조율하는 것도 무대 뒤에서 미리 할 수 있을 것 같은 데 이또한 클래식의 격과 식이 아닌 지 모르겠습니다.


연주자 자신이 어린 나이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사람이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을 가진 한국의 부모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약간의 잉여라도 자식에게 주기를 아끼지 않는 법인데, 모짜르트 이래로 누대를 이어온 '아동보호법' 위반의 전통까지 무겁게 뒤를 받쳐주는 것에 안도감까지 느낀 때문인지 '신동의 신화'를 위한 불씨들이 반딧불이처럼 객석 여기저기서 빛이 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모태신앙 혹은 무엇이든 조기교육에 약간 위화감을 느낍니다. 세뇌랄까 아동의 산업화랄까 어른이 정한 틀에 끼워맞춰지는 것이라는 인상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아이답게 자라지 못한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스스로 깨는 병아리이든, 남이 깨는 후라이든 결국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육가공'산업의 소모품에 불과한 닭처럼, 노회한 아이들을 보면 너무도 빨리 좁혀져 버린 그 아이의 세계가 좀 짠하고 그래서 그런 아이를 볼 때마다 스스로 선택한 삶이기를 기도하게 됩니다. 노래 잘 하는 트로트 신동이라도 나오면 저는 채널을 돌립니다.


노파심이겠지요.

어려서부터 예당을 출입하면서 재능이 있는 아이가 부모의 훌륭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복 받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고급스러운 3차산업의 발전에 공헌하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갈 겁니다.


비에 젖은 예당의 밤 풍경이 아름답더군요.

흐리게 번지기에 더욱 또렷한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었나 봅니다.

잔잔하고 때로 격정적인 연주회에서 너무 잡생각이 많았나요? ㅋ

생각도 풍경도 묽은 밤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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