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00초 칼럼

자기충족적 예언과 신뢰비용

수술실CCTV와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자기충족적 예언과 신뢰비용

수술실 CCTV 설치법과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법은 자기충족적 예언을 실현하는 도구가 될 듯 합니다.

'거 봐. 내 말이 맞잖아.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세계적으로 우수한 의료시스템과 의료인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 수술실 CCTV를 달자는 여론이 나오는 이유는 '의료사고'라는 특수상황에서 환자가 물증을 제시하기가 극도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입증책임을 환자에게 묻기 때문입니다. 입증책임을 병원과 의사에게 묻는다면 자발적으로 CCTV를 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것이 오히려 세계최고의 의료인으로서의 자존감을 지키는 수단이 될지도 모르죠..


이철 사장 사건 채널A기자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한 사회에 있어 언론과 언론인의 자유가 어떤 식으로든 보장되어야 한다는 일반원칙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식민시대와 개발독재시대에 언론이 보여준 사고와 행동, 그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다는 수동적 가담자인 줄 알았는데 민주화 이후에 적극적이고 주동적인 수구와 보수 일변의 사고와 행동에 대해 많은 이들이 '신뢰'하지 않는 데 원인이 있을 겁니다. 한국 근현대사의 특수상황 속에서 생을 이어온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매우 낮은 것이 현실입니다. 세계 주요 40개국중 5년째 언론신뢰도 순위가 최하위입니다.


원인은 그렇고 대책으로서 이런 문제를 모두 법으로 제재하는 것이 과연 최선이냐 하는 물음이 가능한데, 이 질문은 CCTV법과 언론의 손해배상법 자체가 '신뢰의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우회비용인지 아니면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문제해결 비용인지에 대한 관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법조항이 세밀하면 세밀할 수록 살기에 더 좋은 세상이 아니라는 말은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현대사회가 구축해 온 촘촘한 법률은 '신뢰 부재'를 메우기 위한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더욱 공고한 '신뢰 구축'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Trust Cost는 스피드를 낮추고 비용을 높이지요.

의료계와 언론이 스피드를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 역량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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