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배경으로 한 우리 이야기
[도을단상] 연극 소년과 소녀, 짐승의 시간 그리고...유령의 노래
공연을 보러 다니는 재미 가운데 하나는 새로운 극장과의 만남이 있습니다.
충정로 구세군 빌딩에 처음으로 방문을 했는데, 모두 예술극장이라는 아주 훌륭한 극장을 품고 있더군요.
극단 청춘오월당은 연극이 인간의 삶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비전을 가지고 역사와 인권, 분단, 권력 등 진보성과 비판성을 드러낸 공연을 끊임없이 공연하는 극단으로, 저는 분단을 다룬 '평양에서 온 여행사', 권력을 다룬 '오필리어' 두 편의 작품을 본 적이 있습니다.
1995년 함경도 무산의 한 중학교 출신인 선화, 은미, 치수의 세 친구의 이야기를 교대로 보여 줍니다.
함경도 무산 틴광촌.
출신 성분을 두고 무산으로 굴러 떨어지거나 무산에서 탈출하고자 몸부림치는 탄광촌의 흙먼지 아래서 벌어지는 인간의 욕망을 다룹니다.
죽은 엄마를 대신하듯 딸의 몸을 탐하는 아버지, 평양 금강학원의 진학을 미끼로 제자의 몸을 탐하는 선생,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의 몸을 탐하는 시아버지 사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몸부림치다 죽는 선화.
적대계급이라는 출신성분 때문에 좌절하다 중국으로 건너간 뒤에도 선화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무기력한 치수.
무산군 군당 위원장의 딸로 입신 출세를 향해 내달리다 급변하는 상황에 의해 탈북민 출신 배우로 살아가는 은미.
가장 치열하게 삶을 살았던 선화의 죽음과, 삶의 주변에서 유령 취급을 받으며 겨우 살아남은 치수와 은미의 삶이, 역설적으로 대조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휴식 없이 135분을 내달리는 대작을 숨죽이며 지켜 보느라 웅크린 몸이 찌뿌드드하더군요. 억압을 다룬 이야기를, 그것도 아직 지금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길에 추적추적 비가 내립니다.
막이 내린 이후의 감정선에 어울리는 날씨 연출이네요.
집으로 돌아와 피맥으로 하루를 정리합니다.
무산계급 아이들의 꿈이 끝내 무산되는 무산군이 배경인 연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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