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을단상> 브릴리언트
오랫만에 대학로 소극장 공연을 봤네요.
브릴리언트. 찬란하게 빛나던.
연극배우를 꿈꾸는 남주와 가수를 꿈꾸던 여주의 이야기입니다.
존재하는 지 조차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우연히 처음으로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이내 자극을 가진 자석처럼 강렬하게 서로를 끌어당기며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지죠. 마치 단 하나의 촛점을 향해 무한히 다가서는 두 개의 선처럼.
하지만 어느새 서로를 향해 흐르던 시공간이 어긋나고 달라지면서 촛점을 향해 하나가 되는 듯한 그 모습 그대로가 초점이 아니라 소실점이 되어 서로가 서로의 삶에서 아주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 연극은 촛점이 되지 못한 바로 그 소실점에서 되돌아본 과거를 담는 그릇입니다.
브릴리언트. 찬란하게 ' 빛나던'.
과거형의 제목은 그렇게 붙여졌나 봅니다.
빛 나던 시절이 지났음을 자각하는 날로부터 시작되는 지옥이 아니라 누구나 한 때 빛 나던 시절이 있었음을 상기하며 잔잔하게 오늘을, 담담하게 내일을 맞이하는 듯한 결말이 좋았습니다.
꽃은 피지 않은 많은 날들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기에 짧아도 피었을 때 꽃이라고 불리는 것이듯이,
삶은 분명 우리가 잠들 수 없는 시간 동안에 벌어지는 부득이한 사건들의 묶음이지만 그래야만 삶이라고 불려지듯이, 삶이라고 부를 수 있듯이..
빛 나던 한 때가 평생을 살아가는 동력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극장을 나섭니다.
저 어리고 예쁜 배우들이, 저들이 내게 주었는 지 조차 모르는 선물을 관객들이 안고 나갔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을 때, 그 때가 저들에게도 정상이겠지요.
내려올 때 보겠죠.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