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00초 리뷰

[도을단상]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21세기에도 여전히 필론의 돼지가 답?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여기 변화를 대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대저 천하의 대세란 오랫동안 나뉘면 반드시 합하게 되고, 오랫동안 합해져 있다면 반드시 나뉘게 된다."(삼국지연의)
"모든 단단한 것들은 공중으로 분해된다."(공산당 선언)

세계를 일원론적으로 보느냐 이원론적으로 보느냐, 순환적 세계관으로 보느냐 직선적 세계관으로 볼 것이냐.

유발하라리의 이 책은 제목처럼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 아니라, 21세기를 비관적으로 만드는 18가지 현상과 그에 대한 대안으로서 교육과 의미 그리고 명상을 이야기합니다.

최후의 중세인이라고 불리는 단테는 신곡에서 지옥은 생생하게 묘사하지만, 천국에 대한 묘사는 추상적이기만합니다.

사피엔스가 허구적 이야기 즉 거짓말로 득세했다는 내러티브에 스스로 갇힌 유발하라리를 보는 듯합니다.
사피엔스 생존을 위협하는 현상이나 원인에 대해서는 생생하게 묘사하지만,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은 너무나 추상적이기만 합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가 국가와 민족 종교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라는 것을 밝히고, 정작 그에 대한 해결책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명상이라니 조금 맥이 빠지더군요.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 그리고 이 책에 이르기까지, 유발하라리는 좋은 이야기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대넓얕 무한의 결론도 명상이고, 유발 하라리의 결론도 명상이네요. 구멍이 난 배의 복잡한 상황에 대해서 생생하게 묘사하고 나서, 정작 취해야 할 행동은 구석에서 잠자는 돼지를 모방하는 '필론의 돼지'가 되라는 것일까요?
아니면 진정 하나의 거대한 시뮬레이션일 가능성이 높은 이 우주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라는 우리시대 지성인들의 공통적인 가르침일까요?

내일은 많이 걸으면서 생각도 많이 해야겠습니다.
앉아서 하는 여행을 마치고, 서서하는 독서를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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