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00초 리뷰

국립극단 만선

인터미션 없는 110분 진공의 시공간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베스트 오브 베스트 No.2. 만선.

40명이 앉는 소극장 뜻밖의 극장의 클리테메스트라가 올해 본 문화공연 100개 가운데 No.1입니다.

그 좁고 후락한 공간의 제약과 수단의 한계를 뛰어넘는 훌륭한 연출과 젊은 배우들의 혼을 담은 연극이었죠.


이 연극을 본 이후로는 자본과 기술을 모두 구사하고도 클리테메스트라만큼을 보여주지 못하는 영화를 한동안 우습게 보기도 했었습니다.


오늘 본 만선은 Best of Best 2입니다.

노장과 거장과 소장이 보여주는 놀라운 퍼포먼스와 무대연출이 주는 감동이 대단했습니다.

웃기는 얘기 가운데에도 당시에는 안 웃기다가 나중에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웃기는 경우가 있죠.

이 작품의 울림은 장면 순간순간에는 그냥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극장을 나와 지하철 역에 들어서는 때 쯤에서야 어찌나 가슴이 먹먹해 지던지요.


가난한 전라도 어촌 사람들의 연기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없고, 전라도 어느 어촌을 여행하다 잠시 그들의 삶을 엿보고야 말았다는 듯한 현장감에 푹 빠지게 만드는 명연기였습니다.

그 놀라운 생생함은 삶을 담아가면서 신산스러운 피땀이 배어나는 신랄함이 되고, 거친 파도에 젖어 스러지는 처절함이 되었다가 실성한 듯 체념한 듯 절규하는 흐느낌이 되어 암전하는 블랙홀로 빨려들어갑니다.


왜 이런 공연을 1년 내내 하지 않는 걸까요..

보지 못한 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민망함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보고야 말았다는 뿌듯함과 긍지를 억누르기 힘든 귀가길입니다..


안 보신 분들은...

꼭 볼 수 있으면 보세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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