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00초 리뷰

회색인간프로젝트. 인싸이드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가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회색인간 프로젝트, 인싸이드.

퇴근하고 다시 대학로로 고고씽.


고등학교 유기묘보호동아리 동아리방에서 15마리의 고양이와 여학생 하나가 죽은 채 발견되었습니다.


기자가 학교를 찾아와 동아리지도교사와 인터뷰를 하는데 아무래도 계속 교사와 학교측에 대한 의혹을 드러내고, 교사는 자신과 학교의 무관함을 주장합니다.


유기묘에 대한 안락사가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조은영 선생에 대해 의심을 확신으로 바꾼 기자가 조선생이 밝음이를 죽였다며 목을 조릅니다.


조은영 선생을 좋아하는 불량학생 희준의 도움으로 조선생은 위기를 넘기고 포박된 기자는 기자를 사칭한 밝음의 아빠임이 밝혀집니다.

외항선원. 1년에 한 두번 같은 빵집에서 여름이든 겨울이든 밝음이가 어린시절 좋아했던 팥빙수를 사주는 아빠. 그렇게라도 자신을 알아주는 아빠를 위해 팥빙수를 먹어주는 밝음이는 자신과 길냥이를 동일시합니다.


상처받은 고양이를 치료하는 사진을 SNS에 올려 고양이천사라는 별명을 얻으며 친구들과 사람들의 관심을 받던 밝음이는 어느덧 그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 멀쩡한 고양이를 학대하고 괴롭히고 상처입히며 자신의 위상과 권력, 그리고 연고를 발라주고 그 사진을 올리며 스스로의 존재감을 확인했던 것임이 밝혀집니다.

마침내는 15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자살을 한 것이라는 사실도요.


이런 결론이 나기까지 조선생에 대한 의심, 희준의 고양이 사랑, 밝음의 친구 보경이의 진술 등이 뒤섞여 반전이 이어지고, 6인의 인물 중 4인이 죽음을 맞게됩니다.


회색인간.

누군가를 죽여야하는 이유의 경중이 입장에 따라 다르고 그에 대해 서로 적당히 무관심하고 그런 관계 속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가 외려 무겁게 침잔하는 '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수작을 한 편 보고 갑니다.


연출상과 무대예술상을 받은 작품입니다만, 배우들 전원의 연기력이 빈 틈 하나 없이 공간을 꽉 채운 무대라 암전이 된 후에도 오랫동안 박수를 치며 앉아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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