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00초 리뷰

일번출구연극제, 어느날 갑자기

드디어 코로나 소재 연극이 등장했다!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어느날 갑자기.

광주의 명물음식 가운데 하나인 애호박 돼지찌개와 버섯가지볶음을 만들어서 부모님과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너무 맛있다고 해서 남은 음식들을 싸서 드렸네요. 추석날에도 이 찌개를 다시 드시고 싶다고 특별주문까지 하시고는 기분좋은 웃음을 흘리며 가십니다.


우리는 다시 대학로로.

드디어 코로나 자체를 소재로 한 연극이 등장했네요.

대학로 혜화역 1번출구 주변에 있는 극단들이 주최하는 '1번출구연극제'의 3번 째 작품, 어느날 갑자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연극배우 성진이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습니다.

확진-이송-생활치료센터-재이송-격리병원-치료-퇴원의 전과정을 실감나게 재현합니다.

전 과정에서 드러나는 환자들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간호사들의 분투와 분노와 좌절, 환자 당사자의 외로움과 사투, 확진자 동선상의 자영업의 붕괴와 악의적인 루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 자신의 안위만을 확인하기 위한 지인들의 반응 등 제 짧은 소견으로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인간군상의 압축판을 리얼하게 보여주네요.


배우로서 무대에 서며 극장 안에서 함께 코로나를 견뎌주는 관객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정말 고맙다는 마지막 대사와 고개숙인 인사는 연기가 아니라 실제상황이었네요.

더 힘 차게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밥은 먹었어?

몸은 괜찮아?

깨달음의 일상성과 혁명성.

일상을 잃었을 때 그 일상이 얼마나 커다란 의미의 덩어리였는가를 한 순간에 깨닫게 됩니다.


흐려지는 가족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회복하는 한가위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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