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을단상] 아들과의 대학로 데이트, 개 같은 아빠

인생 같은 연극과 연극 같은 인생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아들과의 대학로 데이트, 개 같은 아빠

5시에 아들과 만나 개 같은 아빠 연극을 같이 보았습니다.
아빠가 되어 개 같은 아빠를 보자고 제안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발휘된 저녁입니다.

정가은을 비롯해서 티켓파워가 좀 있는 배우들이 출연해서 객석이 꽉 찼는가 했는데, 배우들도 배우들이지만 희곡이 아주 죽여주더군요.

아빠는 아빠대로 자식은 자식대로 저마다의 절실함과 사정이 있었던 것인데 그 의미를 모르고 살다가 그것의 의미를 알려주는 작품을 만날 때마다 바보같이 눈물을 흘리는 것이 우리네 인간들이겠지요. 아무래도 인간은 의미 없는 삶을 가장 가혹하다고 느끼는 때문이겠지요.

부족하지만 따뜻한 피가 흐르는 인간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을 보고 극장 3층의 이태리식당에 올라가 AX와 그 이후의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90분 정도 함께 하면서 맥주를 나누어 마셨습니다.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거나 공급과 수요가 이격 되어 있었던 3백만 년과 공급과 수요가 매칭된 3백 년에 이어, 공급이 압도적으로 과잉되는 세상에서의 인간의 삶에 대해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았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게 사는 것인가. 좀 더 깊게 질문해 보라고 했습니다. 나도 답을 모르겠다고 떠넘겼지요.

암튼 거대한 전환의 시대의 입구에 서서 골치 아파하는 아들을 놀리며, 이 애비는 은퇴하게 되어 기쁘다고 자랑질을 해 대었습니다.
개 같은 아빠라고 생각해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ㅋ
저는 저 나름대로 제 생의 앞에 던져진 문제를 푸느라고 30년을 썼으니까요.

1월 말일절이라 2차를 하기 위해 함께 집으로 가는 중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잘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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