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유럽, 뜨는 한국
[도을단상] 컴백홈, 그리고 한 그릇 사치
갈 때는 14시간을 비행했지만 올 때는 다행히 12시간 비행이었습니다.
중동을 경유하는 비행기로 왔다가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에서 비행기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만 저는 직항이었기에 그런 고생없이 귀국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밤 9시가 넘어 출발한 비행기 창측에 앉아 마드리드의 야경과 인사하고 식사도 거르고 잠을 청했죠. 두 번째 식사는 메뉴가 조식이었는데 조국의 하늘은 일몰을 향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창 밖으로 뉘엇뉘엇 넘어가는 태양을 찍어 영원 속에 가두었습니다.
갈수록 장거리비행이 힘들어지는 것을 보면 유럽이나 미주 등 장거리 여행일정을 미리 당기고 근거리 여행을 나이들어 살살 다니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에 돌아와서 1963을 끓였습니다. 올해 들어 제가 누리는 한 그릇의 사치랍니다. 면발의 탱글탱글함은 조금 아쉽지만, 제가 다른 누구도 아닌 대한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이 국물 한 그릇은, 이방인의 식사로 고생한 위를 뿌듯하게 위로해 줍니다.
1999년에 처음 유럽을 방문하기 시작해서 30년 가까이 지켜봅니다만, 일본만 잃어버린 30년이 아니라는 사실을 갈 때마다 확인합니다. 99년에 처음 갔을 때, '아..우리가 이 사람들이 먹고 놀 때 안 먹고 안 자고 일하고 있는 것이구나. 그래도 이렇게 격차가 크구나..' 라고 느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살짝 미소를 머금게 됩니다.
우리는 정말로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 온 사람들입니다.
그니까, 오늘을, 오늘의 일을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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