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보다 나은 소시민의 일상 속 행복, 빨래개기
[도을단상] 왕과 사는 남자, 왕처럼 사는 남자
지난 밤에는 돼지곱창을 포장해서 본가 부모님과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왕후의 술, 걸인의 찬.
소박한 안주에 아버지께서 52도 우.량.위에를 똭!
지난 베트남 여행에서 외손주이자 제게는 조카가 사드린 술을 꺼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죽여주는 술을 감히 살아서 마셨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지미자 세수도 안 한 채 모자를 눌러쓰고 어제 입은 옷을 그대로 걸치면서도 목에 비단 스카프 한 장은 똭! 매고 극장을 찾아 왕과 사는 남자를 보았습니다.
방문 너머 단종의 목을 조인 줄을 당겨 죽음으로 인도하는 장면에서 어찌 그리도 비단 두른 제 목이 답답해지는지...눈물이 쪼로록. 유모인 궁녀가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질 때는 눈물이 콰르르...
공인기록 527편의 공연관람 기록 중 가장 재미없었던 연극 사나이 와타나베의 장항준을 오늘에서야 용서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장감독도 이 영화가 300만을 넘기는 것조차 겨우 기대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암튼 운도 실력입니다요. 그럼요.
집으로 돌아와 메밀온면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초음파 세척기로 씽크대를 가득 채우고 있던 설거지를 손도 안 대고 해치웠지요. 저녁에는 부모님께서 미꾸라지를 먹자 하셔서 삼가 조신하게 대기 중입니다.
강원도 영월 땅에 유배된 몸이 아니라 왕이라도 그 시절에 전기불이 있기를 하나, 선풍기가 있나, 냉장고나 티비가 있나, 생각해 보면 21세기 거지가 15세기 왕보다 나을 것인데.. 하는 생각에 이르니 갑자기 제가 왕처럼 사는 남자라는 사실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목에 두른 비단이 참으로 어울리더군요.
암튼 이제 씻어야 하는데..아..귀찮네요.
이럴 때는 15세기 왕이 저보다 낫겠네요. ㅎ
이상, 왕과 사는 남자 본 왕처럼 사는 남자였습니다~
을녀가 빨래 개라네요. 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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