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제가 아직 일밖에 모르던 그 시절에 평정9.9의 놀라운 기록을 세운 웹툰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웹툰은 대학로에서 연극이 되어 무대에 올랐고 저는 2021년에 처음 연극 2호선세입자를 보게 됩니다.
2호선에 사람이 살고 있다고?
이런 발칙하고 괴랄한 상상 속에 우리네 삶을 녹여냅니다.
2021년에는 이랬었죠.
처음에 탑승한 역을 기준으로 불리고 있는 2호선 세입자들은 각각 가슴 속에 깊이 품어둔 사연들을 안고 있습니다. 지하철사고로 사랑잃은 까칠하고 새침한 20대 미녀 성내, 가끔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며 이상한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뭐든 척척 해내는 구의 할아버지, 주정꾼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해 도망나온 방배 아줌마, 몇 년째 공무원 시험만 준비하는 역삼 아저씨,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꿈이 없는 가출 청소년 홍대. 등 각자 치열하게 살아온 인생 속에서 다른 이들에게 쉽게 말하지 못할 상처을 안고 있는 2호선 세입자들. 다섯 명의 사람들은 때론 티격태격 거리지만 그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챙겨주며 비밀스러운 2호선 세입자 생활을 이어갑니다.
거기에 지하철공사 인턴사원으로 입사한 이호선씨가 등장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는 환타지에서 라이프스토리가 되어 하나씩 하나씩 그 모습을 드러내지요.
그런데 2022년 2호선 세입자 에서는 가출청소년 홍대 배역이 아예 사라졌습니다.
홍대가 집으로 돌아간 것이거나, 가출청소년으로 미성년자를 다루기가 부담스러운 것이었으면 좋겠네요.
견디다 견디다 못해 제작비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그런 것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2호선 세입자는 그래도 흥행작이니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잊어야 할 것들은 아직도 또렷한데, 정작 소중한 것들은 자꾸 흐릿해져.."
치매에 걸린 구의의 대사입니다만 남 얘기만은 아닌 것 같이 가슴에 와 안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당신은 그 중요한 것을 중요하게, 소중하게 여기고 있습니까?
인연 많고 사연 많은 사람들이 엉키고 섥히는 이야기를 따라 울고 웃다 보니 정작 내 안에 엉크러져 있던 생각들은 가지런히 정리가 되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