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과 사회구성체

새로운 상상은 가늠한가?

by 도을 임해성

기본소득과 사회구성체.

모든 사람에게 일괄적으로 기본소득을 주자는 #기본소득 논쟁의 본질은 '복지'나 '정치'와 같은 상부구조를 둘러싼 것이 아니다.

좌파 경제학이든 우파 경제학이든 지난 시기의 노사관계는 '생산수단을 소유한 측과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측의 역학관계'로서 규정되어 왔다.

거기에 최초의 균열을 제공한 것이 '#지식노동자'의 출현이다. 지식이라는 생산수단을 스스로 소유한 노동자의 출현이 기존 #노사관계의 기본골격을 흔들었다. 지식노동자는 노동이 곧 자본임을 선언했다.

흔들린 골격을 무너뜨린 것은 이어서 등장한 AI(조류독감 아니,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은 자본이 곧 노동이라는 선언이다. 이제 사람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인더스트리 4.0이니 #4차 산업혁명이니 하는 말들이 내포한 단절성은 바로 이 노사관계 혹은 생산관계의 붕괴라는 해석의 프리즘에서만 '혁명'의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의 등장으로 붕괴된 생산관계, 즉 하부구조의 변화는 이어 #상부구조(이데올로기, 법률, 국가 등)의 변화를 요구한다.

노동과 소득, 그리고 그 소득의 권리의무로서 부여되는 담세의 구조가 바뀌었다. 노동과 소득은 점점 더 사람에게 서가 아니라 기계나 인공지능을 통해서 발생한다. 일을 하지 않고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데 세금을 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와 사물인터넷을 포함한 국가, 사회 전체의 부는 계속 증가한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 기본소득이 아닐까.
기계가 일하고 사람들은 풍요로운 삶을 누린다는 21세기적 상상은, 실제로 사람의 노동과 소득과 세금이라는 기본구조를 사람 대신에 기계나 인공지능으로 치환함으로써 '#생산관계 내에서의 생산주체에 부과되는 권리의무 관계'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도, 현실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류는 마침내 부에 관한 한, 한 사람의 독점으로부터 시작하여, 귀족, 영주, 자본가를 거쳐 만인의 중산층화 혹은 부르주아화를 위한 첫걸음을 뗄 수 있는 가능성 앞에 서 있다.

하지만 노동에서 사람을 몰아낸 자본 측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왜 그래야 하는가?
물론 그들에게는 이런 논의의 직접적인 책임은 없지만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해줄 구매력의 유지는 #생산관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자본 측이 그다지 내켜하지 않더라도 부의 생성과 달리 부의 분배나 사회의 유지 존속을 위한 정책결정은 언제나 이데올로기와 법률의 존재양식을 아우르는 국가의 몫, 상부구조의 몫이었다.

국가나 국경의 의미가 옅어지는 지금은 어쩌면 처음으로 이 닫힌계로서의 지구에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인류'라는 범위로 사고의 지평이 넓어져야 함을 환기하는 좋은 출발선일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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