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00초 리뷰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돌아온 탕자,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의 귀환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대학교2학년인 1990년 충무로에 있는 아스토리아호텔 1층의 가라오케 미야코에서 술 꽤나 들이키고 와캇떼구다사이 같은 일본노래 깨나 읊어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가라오케이니 앞에 나가 노래 하나 부르고 들어오면 자주 와서 얼굴만 알던 사람들끼리 말을 트며 대화를 하곤 하는데요. 중로의 신사가 말을 걸어와 안면을 트고 신상소개를 하다가 무슨 일을 하시냐고 물으니 본인의 이름이 이성구이고 영화감독이라 하더군요.

흠칫 놀라면서 대표작이 무엇이냐 물었습니다.

장군의 수염이라고 하더군요. 장군의 아들 밖에 모르는 저는 그만 실례임에도 무의식중에 소리 내어 웃었던, 그래서 겸연쩍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장군의 수염의 원작자 이어령 선생이 암투병의 마지막 시기에 그가 남긴 말들을 주워담습니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해 새벽 4시까지 보고 오늘 다시 핥듯이 읽었네요.

제 주변에 또 한 사람..죽어가고 있어서 내쳐 읽었습니다.


지성에서 영성으로..그 책을 마지막으로 선생과 헤어짐을 선택했었죠. 낮지만 굵고 듬직한 목소리로 왜냐고 물어대던 그가 지성의 칼을 내려놓고 영성의 품에 어정쩡한 자세로 안겨있는 모습이 안타깝기보다 미웠습니다. 변절이요 전향인데 그 방식까지 비겁하다고 느꼈더랬습니다.


마지막 수업은 다시 영성에서 지성으로..자세를 틀어앉은 느낌입니다. 순종하는 양으로서 착한 사람이 아니라 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약한 사람이지만 여전히 질문을 놓치 않고, 약하되 영성에만 안기는 안락에도 굴하지 않는...비록 그의 말대로 하늘의 과녁을 뚫고 안착하는 영성의 화살이 아니라 과녁을 맞추었으되 땅에 떨어진 지성의 화살일 지언정, 그의 귀환을 환영합니다.


죽음을 앞두고 제도화된 종교에 안주하지 않고, 사막화된 질문의 세속으로 돌아온 탕자,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의 귀환을 동지적 사랑으로 안아줍니다.


그의 마지막 메시지.

덮어놓고 살지 마세요...


궁금해 하라는 말이지요. 주어진 그대로 받아들이고 궁금한데 덮어놓지 말고, 덮지 말고 들쳐도 보고 걷어내 보기도 하고, 엎어보기도 하라는 말인게지요.


물이 흘러도 꽃이 필 것을 알기에, 선생이 가도 선생의 가르침이 흐드러질 것 또한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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