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제법 쌀쌀한 것이 세상에 공짜는 없고 쉽게 얻어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려나 봅니다.
1년에 한 번은 이 작품을 봐줘야 삶이 아름다운 것인줄, 인생이 눈부신 것임을 새삼 재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춘식과 박순옥의 일생을 다룬 이 작품은 여백과 정적과 어둠이라는, 공연예술에서 짜투리가 될 수 있는 것들로 커다란 감동을 줍니다.
왁자지껄 심난할 정도로 시끄러운 경상도 사투리의 고함과 고함 사이, 잠깐 동안의 정적이 숨을 막히게 합니다.
부산하게 돌아가는 세트와 정신 없는 연기의 폭포 사이로 찾아오는 여백에 스치는 한 생각이 기가 막히게 합니다.
미친듯이 웃고 울다가 어느덧 조용해 진 무대 위를 순서대로 밝히는 조명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순옥의 현상황을 알려주듯이 연기 중간에 불이 꺼지면 그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는 아픔이 방울이 되어 눈동자 아래쪽에서 밀려올라옵니다.
5층에서 1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오면서 저를 비롯한 사람들이 말이 없습니다. 눈 앞이 캄캄한 삶을 연기한 배우들이 눈 앞에 펼쳐지는 모든 날들이 뷰티풀 라이프가 되기를 바란다는 덕담이 극장 건물의 출입문을 밀고 나서는 순간 현실이 되는 마법이 펼쳐집니다. 고개를 들어 더 따뜻해진 세상을 크게 훑어봅니다.
삶에 고난이 없다면 삶이 아름답기가 쉽지 않겠지요.
영생이나 극락이 결코 천국이 될 수 없음을 영롱하게 빛나는 인생의 한 구석, 구석마다 그 굴절의 角마다 칼날과도 같은 모진 돌아섬이 있었음을...50년을 넘게 살아 과연 그랬음을 고백합니다.
기승전결을 지켜볼 수 있는 모든 이야기에서 감동을 느끼고 전율하는 우리는, 기승전결을 알 수 없는 모든 순간순간마다 얼마나 전쟁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나요. 인생은 아름다워질 수도 있는 어떤 것, 행복해질 수도 있는 가능성의 어떤 것이 아니라, 이미, 원래 아름답고 행복한 것이라는 깨달음이 무거웠는지 가로수 가지 하나가 못내 지고 있던 눈덩이를 쏟아 놓고는 홀가분한 듯 흔들어 대는 몸사위가 하늘하늘 가볍기만 하더이다...
아이야, 노력해서 행복해지려고 하지마라.
분발해서 삶이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니란다.
한 순간 돌아서는 네 눈동자 가득 채워주는 네 사람이 보이거들랑 그저 그것으로 아름다운 삶, 행복한 인생임을 알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