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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Mar 18. 2022

매화 깊은 밤, 청비성

함양과 서천의 우리 술

<도을단상> 매화깊은 밤, 청비성

어제 밤에 집에 돌아와서 조금 술이 부족했었나 봅니다.

좋은 우리 전통주 한 잔 해야겠다는 생각에 청비성 한 병을 꺼냈습니다.


함양 찹쌀로 고두밥을 지어 삼양주 방식으로 만든 청비성. 삼양주란 쌀을 세 번 더해 만든 술로 발효를 총 세 번 거쳐 만든 술이라고 합니다.

발효는 상온에서 45일, 숙성은 저온에서 90일.

맛에서는 짙은 산미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묵직한 바디감과 단맛이 산미를 침착하게 잘 눌러주어 부드럽게 마실 수 있습니다. 목을 넘긴 후에는 입안에 침이 고이며 구수한 풍미로 마무리되네요.


'청비성'은 애주가의 주덕송(술의 덕을 칭송하는 노래)으로 유명한 중국 당나라 시인 이백의 '월하독작'에서 가져온 이름이랍니다. 그중에서도 '청주는 성인과 같다'를 뜻하는 '이문청비성'이란 구절을 인용했어요.

술을 마시는 것이 지혜와 덕을 쌓는 일이라 하니 청비성 한 병으로 지·덕을 왕창 쌓았지 뭡니까.


밤이 깊어지고 청비성이 떨어졌으면 이내 잠들었어야 하거늘 그만 매화깊은밤이라는 이름에 혹하여 한 병을 더 땄지 뭡니까..ㅋ


2번의 발효를 거치는 이양주 방식으로, 누룩의 쿰쿰한 향의 뒤를 따라 덮쳐오는 매실향에 게으른 선비의 발목이 또 잡힌 듯 합니다. 꿀처럼 진득하고 강한 단맛을 가지고 있지만 목을 넘긴 후 안쪽에서 치고 올라오는 새콤함 덕에 끈적임 없이 깔끔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백제명가주조에서 매실의 강한 산도를 극복하고 1년 반 이상의 연구개발끝에 세상에 나온 술이라고 합니다.


작은 크리스탈 와인잔에 가락국 함양과 백제국 서천의 술을 따라 맑디맑은 쨍그랑 소리에 흩어지는 망국의 깊은 한을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 소리와 더불어 홀짝홀짝, 키득키득 달도 없는 밤에 혼자도 아닌 둘이 마셨으니 월하독작 이태백이 부러워할 무월대작 임가네의 밤이 깊고 깊어..이제서야 부스스 일어나 주린 속을 채우려 합니다. ㅎ


맛점하세요~^&^

그나저나 어제 쌓은 지혜와 덕은 다 어디 갔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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