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를 위한 변명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진보를 위한 변명

스스로 진보주의자라고 믿고 사는 저는 어쨌든 지금 패자의 줄에 서 있습니다.

지금 제게 필요한 것이 싸움의 절실함과 비장함을 토로하는 난중일기일까요, 아니면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뼈 때리는 징비록일까요.


박근혜 탄핵을 이끈 촛불혁명이 끝나고 문재인정부들어 이른바 보수당을 지지했던 이들이 세력화되고, 집단화되고 행동이 되고 물결이 되어 광화문을 차지하고 시청광장을 매우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이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선출직 인사에 대한 탄핵은 그를 지지했던 이들에게는 아픔이 되고 소외감을 준다는 것이죠. 박근혜가 물러나는 날 우리는 한국민과 한국역사의 승리요 자랑스러운 성취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들에게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이고 우리가 그들을 조롱한 모양새가 된 것이죠.


이후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그들이 손을 들어 반대할 때마다 우리는 고상한 웃음을 지으며 '이건 틀린게 아니라 다른거야' '틀린 것과 다른 것은 다른거야'라며 어른스러운 척을 했던 것이 아닐까요.

행정부를 장악하고, 의회를 차지하고, 지방권력을 다 가지고도 사법개혁과 언론개혁을 부르짖으며 모든 분야에서 민주당의 의사가 관철되는 것이 정의인양 생각했던 것이 전국의 모든 지방조직을 총동원하고도, 얼핏 말도 안 되는 상대에게 패한 이유가 아닐까요.


게임의 룰은 한 판 승부입니다. 힘차게 가위바위보를 했고 저와 우리는 패자의 진영에 속해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후보가 취임도 하기 전에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는 게 눈에 들어오죠. 반성을 해야할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벌써 집무실 용산이전 건으로 결사항전을 한다고 핏대를 올리네요.


물어보고 싶습니다.

해성아, 너는 다른 것을 인정할 수 있니?

정말로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게임을 지속해 갈 수 있겠니?

그저 게임을 지속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 판에서 새롭게 더 나은 모습으로 이길 수 있겠니?


다른 것과 틀린 것은 다른 겁니다.

우리,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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