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사, 과학이론, SF 등 과학과 인문학을 융합한 다양한 공연을 만드는 과학 공연 전문 극단인 외계공작소 창단공연인 양자전쟁을 보기 위해 잡월드 안에 있는 나래울극장을 일부러 찾은 것입니다.
아인슈타인, 쉬레딩거, 닐스 보어, 하이젠베르크 당대의 쟁쟁한 물리학자들이 양자역학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인 제5차 솔베이 회의를 모티프로 극적 재미와 완성도를 함께 추구한 역작입니다.
대학로 시온아트홀에서 2월4일~5일 공연할 때 못 봐서 커다란 아쉬움이 있었는데 오늘부터 6월6일까지 분당에서 공연을 한다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달려왔습니다. 제 절실함을 응원하는 동아리 멤버가 고맙게도 티켓까지 선물을 해 준 것이라 보는 내내 감사한 마음으로 핥듯이 봤네요.
뉴튼 물리학이라는 철옹성을 비집고 혜성처럼 등장한 아인슈타인. 그가 1차 솔베이회의에 참석했을 때는 최연소 참가자였습니다.
그런데 5차 솔베이 회의 때의 아인슈타인은 거대한 벽이 되어 새롭게 싹트는 양자역학의 싹을 꺽기 위한 기득권의 수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새로운 땅을 발견하고 싶다면 지금 발 딛고 선 땅을 떠나야한다고 웅변했던 아인슈타인이 자신이 이룩한 땅을 결코 떠나려 하지 않은 채 죽었지요.
아시다시피 오늘의 우리는 양자역학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바로 반도체가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조만간 양자컴퓨터가 상용화 수준까지 개발된다면 우리는 SF가 그리는 미래의 성사 확률에 대해 조금 더 근사치를 얻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결정론적 세계가 무너지고, 존재는 점점 더 입자라기보다는 파동에 가까워져서 존재가 아닌 사건으로 이해되는 세상 속에서 실체이기를 간절히 원하는 우리의 자아는 얼마나 춥고 배고프고 외로울까요.
과연 그 추위와 배고픔과 외로움을 넘어 깨달은 자가 되어 보리수를 박차고 일어날 수 있을까요.
각설하고, 이 연극을 각 학교에서 단체관람하거나 동영상 촬영이라도 해서 수업에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극장을 나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