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에서 뽑아낸 규소로 만든 반도체가 지배하는 세상의 이야기를 들은 뒤, 밤에는 원래 계획되어 있었던 뮤지컬 모래시계를 보았습니다.
모래와 함께 한 하루입니다.ㅎ
1995년 1월, 새해벽두부터 오랫동안 금기시되었던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드라마 모래시계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그 기억이 뮤지컬로 되살아 났습니다.
권력이라는 명예로운 자리를 더럽히는 독직瀆職 부패 정치인. 그런 정치인들에게 자금을 대며 키우는 기업가, 기업가의 손을 더럽히지 않도록 대신 움직이는 깡패와 올바름을 모르는 판사와 덮으라는 한 마디에 사건을 덮는 검사와 못본척 못들은 척하는 언론사 기자까지, 야만의 시대라는 반복되는 후렴구를 증빙하는 인물들이 모두 출연하는 모래시계.
역설적으로 운명의 모래시계를 뒤집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느냐는 질문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대한민국의 성취가 대답합니다.
세상을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기사를 싣자는 것이라고 외치는 기자.
대한민국 검사가 파헤치지 못할 사건이 무엇이냐고 반발하는 검사.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겠다며 뇌물장부를 넘기는 기업가와 깡패...
그렇게 자기들이 선 땅에서 한 발자욱 새로운 세계,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간 한 사람, 한 사람들에 의해 세상이 바뀌었음을 보여줍니다.
오늘도 전국의 수 많은 공연장에서 진리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옳고 그름이란 무엇인가를 노래하고 춤추는 15만원짜리 도덕교육을 우리의 젊은 세대들이 문화의 이름으로 받고 있으니 다만 문화강국이 되기를 바란다는 김구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듯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외로워지지 않도록, 그런 사람들과 손을 잡자고, 그런 사람들이 되어보자고, 선동하고 일으켜세우는 군가와도 같이 결연한 노래들 속에서, 그 때 이야기를 마음껏 말할 수 있는 우리의 오늘에 감사하게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