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우주 38도는 특이하게 율무와 쌀로 밥을 지어 원액을 만들고 2번의 상압증류를 했습니다. 우주友酒라 했으니 그리운 벗과 함께 마셔야 하지만 오늘은 부모님과 함께인지라 우주를 벗삼아 마셨습니다. 누룩향인듯 달콤함 뒤에 바로 올라오는 고소한 율무의 향이 매운 느낌으로 타격을 주는 존재감 있는 술이더군요.
밀담 40도는 수수로 원액을 만들고 3번의 감압증류를 한 뒤 여과 및 숙성을 한 술이랍니다. 단맛이 진한 술입니다만 역시 도수가 높아서 묵직하게 목을 타고 넘어가서는 배 아래쪽부터 가슴으로 치고 올라오는 작열감이 뿌듯합니다. 엄마도 부드럽다며 반 잔을 잘 드시더군요.
병영 40도는 보리 고두밥과 누룩을 섞어 3번 발효하는 삼양주 방식으라 원주를 만들고는 상압식 증류를 한 뒤 1년간 숙성한 술입니다.
우리가족 만장일치로 오늘의 술에 오른 이 술은 달짝지근한 맛인가 싶더니 잠시 진공상태가 되었다가 시차를 두고 매운 맛이 입술을 덮친 후에 마지막으로 배와 가슴으로 타격감이 치고 올라오는 것이 마치 향수의 탑노트, 미들노트, 서브노트가 시간차공격을 하는 듯 합니다.
이 세 맛을 음미하기 위해 마신 후에 바로 안주먹는 것을 참을 정도로 흥미로운 술입니다.
나가서 마실 수 있는 부담없는 술이 아니라 꽤나 부담되는 가격의 술이라 이렇게 집에서 좋은 음식과 마신 것으로 만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