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도을일기

시골에서의 하루

느린 고요와 햇살, 그리고 바람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시골에서의 하루

아버지 형제 4남매의 식구들이 모여 하루를 놀고 먹고 마시는 날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봉분이 자리잡고 있던 자리에는 길을 따라 묏자리까지 망초대꽃이 하얀 웃음을 터뜨리며 자손들을 맞이하고 있더군요.


마당에서 불 지피고 소고기, 삼겹살, 돼지갈비, 콩팥에 계란스크램블, 과일까지 온갖 안주에 곁들여 낮12시 부터 밤 11시 까지 소주 26병과 일그러져 나뒹구는 맥주캔들 사이를 겨우 비집고 개구리 합창을 들으면서 잠이 들었네요.


여름이라 조심스럽다고 고기를 사다 먹었는데 결국 돼지 한 마리 잡는 돈이 들었고, 고기 구워대는 연기로 동아방송예술대학 주변하늘이 어둑해졌으며,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꾸부정하게 배를 쓰다듬으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탄 자동차가 한 꾸러미 두 꾸러미 울컥커리며 집 그늘을 벗어나 빠져나가더라는 소문이 온 동네에 깔리도록 저는 세상 모르고 잠을 자다가 9시가 넘어서야 느릿한 움직임으로 청국장에 얼굴을 묻고..


방죽에 어망 담궈 어죽 끓여먹고 가라는 강력한 유혹을 뿌리치고 올라갈까, 그냥 못 이긴 척 눙치고 앉아 어죽까지 먹고 갈까..창밖으로 부서지는 가느다란 햇살의 비산을 멍하니 바라보며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있네요. ㅎ


마당에 심은 나무들의 잎새가 가볍게 흔들리지 않는다면 완벽하게 시간이 멈춘듯이 고요한 시골집에서 별유천지비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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